2016년 4월 9일 토요일

오래 전 사진.


이 사진은 내가 14년 전 7월 18일, 저녁 여섯 시 반 즈음 찍었었다.

이런 것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진 파일에 메타 정보가 남아 있어서 알 수 있었다. 저 장소의 저 시점은 그 동네에서 내가 좋아하던 풍경이었다.

어제 미술 전시회에서 이 사진과 똑같은 장면을 담은 작품을 보았다. 그 작품을 글로 잘 옮겨 묘사할 자신이 없다. 무척 공들였을 작업 과정이 눈에 보이는 듯 했고, 세서각에 가까운 디테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훌륭했다.

나는 그 작품이 걸린 벽 앞에 서자마자, 내가 찍은 이 사진을 떠올렸다.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구도의 장면이 담겨 있었어서, 마치 내 사진이 입체화되어 어느 작가의 손에서 좋은 옷을 새로 입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지금은 저 거리의 일부가 변하였기 때문에 그 작가분 역시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그 장면을 작품에 담았으리라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작품에는 열차가 선로 위를 달리고 있었고,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 극단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극사실주의의 하드코어라고나 할까, 인상 깊었다. 내 사진은 그저 똑딱이 니콘 카메라로 촬영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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