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8일 월요일

손가락 마비.

나는 손가락이 약하다.
어릴 때 부터 그랬었다. 걸핏하면 다쳤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사소한 습관들이 생겼었다. 스트레칭을 하고 손을 맛사지 하는 일 정도였는데, 습관들인 일도 자주 잊거나 귀찮아서 하지 않게 될 때가 많다.


이 달의 두번째 주 금요일에 따뜻하지 않은 곳에서 조금 오래 연습을 했다. 오후 레슨을 마친 후 밤까지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가 악기를 내려 놓고 일어서는데 느낌이 나빴다.

처음에는 손이 저린 것으로 시작되었다가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 난 후 부터 손가락에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왼손의 검지와 중지가 마치 마취된 것 처럼 감각이 없었다. 그것은 금세 마디를 굽히지 못하는 증상으로 변했다.

오래 전에 나는 해 마다 겨울이 되면 손에 침을 맞거나 근육통으로 시달리기 일쑤였다. 좋은 자세를 고민하고 규칙적인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그런 일도 더 이상 겪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조금 심각했다.

건드리기만 해도 통증이 심한 부분이 생겼고 그것은 처음에는 손목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팔을 타고 올라가 어깨까지, 지금은 목의 뒷쪽으로 이동해있다. 통점이 이동하면서 손가락의 붓기는 많이 가라앉았고 사흘 후에는 관절을 모두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손끝에 감각이 돌아오면서 심하게 저리고, 베이스 줄을 잡으면 아팠다. 줄이 더 가늘고 얇은 기타를 잡으면 날카로운 것에 베이는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되다가 다시 손가락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컴퓨터의 키보드를 타이핑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십여 분 타이핑을 하면 정확히 어디가 아픈 것인지 알 수 없는 통증이 왼쪽 팔과 손목 전체에 느껴졌다.

장갑을 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에는 하지 못했었다. 손에 마비가 왔던 증상을 겪었다던 영국의 연주자의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는 지금도 자주 장갑을 낀 채 연주하고 있었다. 그를 따라 장갑을 껴보았더니 효과가 있었다. 손끝에 닿는 줄의 느낌이 둔감해진 것 만으로 아프지 않다니 신기했다.

계속 스트레칭을 하고 아픈 곳을 주무르고 파스를 덕지 덕지 붙인 채로, 장갑을 끼고 합주와 진행 중이던 녹음을 마무리 했다. 스무 날 즈음 지나니 이제는 통증 때문에 신음하지는 않게 되었다.


오늘은 밴드의 합주가 있고, 이틀 후에는 낮 부터 밤중까지 리허설과 방송 공연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연말 까지는 장갑을 착용한 채로 연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