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4일 월요일

순이는 열 두 살.

새해가 되었다.
고양이 순이는 열두 살. 정확히는 열한 살 사개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먹고 잘 놀고 자주 기뻐하고 가끔 토라지며 지내고 있다.
주먹만했던 어린 고양이를 순이라고 부르기 시작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날, 순이야~라고 했더니 얼른 돌아보며 야옹하고 대답을 해줬었다. 그런 잠깐의 기억들이 언제나 떠오른다.
순이가 건강하게 잘 지내게 된 것은 아내의 힘이 크다. 아내는 함께 사는 고양이들을 언제나 주의 깊게 살피고 필요한 약을 챙겨 먹이고 아주 작은 변화에도 세심하게 돌보았다. 나 혼자였다면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해의 5월에 우리는 스무 살을 앞두었던 고양이 에기를 떠나 보냈다. 아직 나는 담요를 보거나 잠든 아내의 머리맡에 마련해둔 아늑한 자리를 보면 떠난 고양이 에기를 그리워한다. 지금 그 자리와 담요는 다른 고양이들이 번갈아 눕고 뒹군다. 사람에게나 고양이에게나 삶이란 묵직한 몸을 끌며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이고 가벼워지고 비워지다가 편안히 마칠 수 있다면 좋은 것이겠지만, 나는 그들과 더 오래 함께 지내며 얼굴을 부비고 목을 쓰다듬을 수 있기를 욕망한다.


새해에 모든 사람들과 동물들, 아직 남아있는 숲과 강들이 부디 건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