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7일 목요일

햇볕 좋던 화요일.


미술관에 다녀왔다.
새벽에 일어나서 연습을 하다가 왼쪽 가운데 손가락의 손톱 밑으로 또 줄이 들어갔다가 나왔다.
통증은 참을만 한데 살짝 피가 보였다.
무엇을 잘못하고 있길래 자꾸 다치게 될까 생각해봤다. 손을 볼에 가져다 대었을 때에 문득 시렵구나, 느꼈다. 올겨울 내내 집안에서 연습을 할 때 마다 손이 차갑다. 난방을 예년 보다 덜 해서 그런 것은 아닌데. 그리고 자주 추워하고 옷을 몇 겹을 입는다. 늘 손이 시려운 상태에서 연습을 하다가 보니 손끝의 감각이 둔해져 있는 동안 힘 조절을 못했다. 그러니까 실수가 생기고 손가락 끝이 다치는 줄 모르고 있었던 것.

멍청한 아이는 자라나서 마흔이 넘어도 여전히 멍청하다.
결코 더 나아지지는 않고 다만 그렇지 않은척 하기에 능숙해질 뿐일지도 모른다.

내 소리에 아내가 깨어났고 그 뒤를 따라 고양이들이 일제히 어슬렁 거리며 구석 구석에서 기어나와 기지개를 폈다. 이 집에는 한쪽에서만 빛이 들어오고 그래 보았자 오전 부터 정오를 막 지나는 시각 까지가 전부인데, 고양이들은 그 몇 시간 동안을 더운 물에 들어가 몸을 잠기는 것 처럼 볕을 즐긴다.

내일은 학교에 그 다음 날에도 레슨을 위해 일터에, 약속이 없는 날에는 수업을 준비하고 혼자 하던 짓들도 해야 할테니까 오늘이 놀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잠이 덜 깬 아내에게 대충 얼굴만 씻고 나가자고 재촉했다.

미술관에 들어가는 길이 조용하고 기분 좋았다. 그림을 보고 몇 시간을 느리게 걸으며 퀘퀘한 냄새를 맡으러 오기엔 이곳이 늘 좋다. 볕이 드는 곳으로 어슬렁 거리며 걸어가는 고양이들 처럼 아내와 느릿 느릿 걸었다.
까치 두 마리가 창문 밖에서 일과를 보내고 있는 것도 보았고, 젊은 아빠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와서 노닐게 해주고 있는 것도 구경했다. 소란스럽지 않도록 조심하게 하면서, 억지로 무엇을 보라고 하던가 가르치려 하지 않는 모양이 푸근하게 보였다.

그러다가 돌아가신 정기용 선생의 전시를 보게 되었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줄 모르고 그냥 왔다가 만나게 되었다.
오후 두 시 정도였는데 그 때 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 해가 길어졌다고 하지만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와야 했어서 전시물들의 일부분만 읽고 들여다 보았다.
아쉬움이 남았다.
밤중에 자다가 일어나서 생각만 하고 보지 못했던 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보았다. 영화를 본 후에 미술관에서 집어온 유인물을 집어 들어 남은 전시기간을 확인했다. 다시 가 볼 수 있겠구나, 다행이다. 가까운 어느 날에 갑자기 다시 가서 여유있게 보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정기용 선생의 영화 속 배경의 한 구석에 몇 초 동안, 막내삼촌이 나오고 있었다.
주원이의 결혼식에 가서 인사를 했던 일이 며칠 전인데, 어떤 인연은 이상하게 연결이 되기도 한다.
춘천에 한 번 다녀와보아야 좋을까 잠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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