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7일 수요일

춘천


오늘은 그냥 포스팅 갯수 한 개 더해놓기 위한 글.
너무 블로그를 비워두고 있었어서 괜히 순서도 없이 써놓는 글.

그리고 사진은 몇 주 전에 잠시 들러 몇 시간 머물렀던 춘천의 명동 뒷골목이다.
그곳에서 군복무를 했었어서 오래 전에 나는 저 좁은 길을 군화를 신고 지나다니고는 했었다.
누군가가 면회를 와서 외출을 나와 즐기러 다닌적은 한번도 없었다. 언제나 부대내 사무실에서 회식을 하거나 함께 지냈던 동료들과 두 세 번 들러본 것이 전부.

춘천닭갈비는 정말 맛있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좋은 음식인데, 문제는 내가 닭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다는 것... 그래도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의전상 맛있게 먹는다. ...혹은, 맛있어 보이게 먹을 수 있다.

춘천에 있던 시절, 주말 외출이라도 어쩌다가 나올 수 있게 되면 인성병원 뒷 쪽의 지하찻집에 갔었다. 당시에 유일하게 음악 비디오를 상영하고, LP로 신청한 음악도 틀어주던 가게였다. 퀘퀘한 지하실 냄새를 견디며 담배를 한 갑 다 비우도록 몇 번이나 들었던 옛날 음악들이 기억난다.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터덜 터덜 부대로 복귀했던 적도 있었다. 커피는 참 맛이 없었지만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군인 시절에 그곳은 정말 좋은 장소였는데,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다. 춘천 시내에는 뭐 그렇게 커피집이 많이도 생겼는지.

군 시절의 동료들 중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제대를 한 뒤로 군 시절의 이야기는 남들에게 거의 하지 않지만, 그곳에서 만났던 유능한 내 선임들, 영리하고 재능 많았던 어린 친구들, 언제나 신세를 졌던 분들의 모습은 아직도 이십대들의 모습으로 내 기억 속에 살고 있다.

군대 시절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그 가운데 하나는 군복이었다. 
나는 내가 의외로 제복을 입고 지내는 폐쇄적인 조직 생활에 잘 맞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 충격적이었다. 폭력을 다루는 조직, 국가가 강제하는 획일적인 상명하복 체계의 집단 속에서 나는 꽤나 규율을 지키는 체 하고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철두철미하며 적당히 비열해지기도 하면서 잘 살았다. 만약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직업군인들이 조금만 더 의롭게 보이고 전문적이라거나 신념과 자긍심에 차있는 모습이었다면 큰일이었을 뻔 했다. 그 집단에 머물러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올 여름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 번 춘천에 가보고 싶은데, 사실은 자신이 없다.
겨울을 지나면서 뭐 이렇게 통증이 많은지. 아프다는 말이 습관처럼 입에서 나와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는 중이다.

기타치는 민열이는 강화도에 놀러오라고 했는데, 그곳에도 꼭 가보고 싶다. 멀리 남쪽에 계신 선배님, 형님도 찾아뵙고 싶은데 내가 몇 가지나 해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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