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19일 일요일

일 년에 한 번씩 이런 짓을.

이 글을 쓰기 직전 기억해낸 것인데, 작년 이맘때에도 술에 만취되어 기절한 적이 있었다.
일 년에 한번씩 심하게 겪고, 몸조심을 하다가, 열 두어 달 정도 지나면 또 잊어먹고, 다시 만용을 부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나보다.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지난 밤, 공연 시작 전 와인을 돌려 마셨는데, 기분 좋았다. 공연을 잘 마치고 개운한 맘에 남은 와인을 더 마시고... 자리를 옮겨 또 마시고, 마시다가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만든 폭탄주를 들이 부었다. 내가 미쳤지. 일년치의 술을 냅다 부어댔던 결과 결국 대리운전하는 분을 불러 집에 간신히 돌아왔다.
전혀 머리도 안 아프고 적당히 취한 채로 뒤끝이 나쁘지도 않았는데, 문제는 복통이었다.
그동안 위장이 많이 상했는지, 아주 작은 음식물까지 남김없이 다 게워냈다. 역류하는 산 때문에 식도가 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할 정도였다. (상당히 겁은 많다...)
토하고, 또 토하고, 뭔가 마시면 다시 토하고... 이 짓을 다음날 저녁까지 계속하다가 이제 겨우 회복이 된 것 같다.
어쩌다 한번 긴장을 풀면 이렇게 되어 버리고, 어쩌다 한번 대책없이 마시고 나면 가슴 속에 슬픔처럼 술자국이 남는다.
나는 이대로 맛이 가버린 삼십대 사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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