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13일 월요일

불규칙한 생활.

구글에서 특정한 단어가 포함된 뉴스를 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데, 동이 틀 무렵이 되자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 워드의 기사들이 열 개가 넘게 전송되었다. 그가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러 간 장면을 여러곳에서 크게 보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어머니가 "잘되면 쳐다보고 그렇지 않으면 쳐다도 보지 않는 게 한국풍토"라고 말했다는 내용은 각 언론사마다 인용구를 사용하며 강조해주고 있었다. 덧붙여 "연탄이나 숯이나 그게 그것"이라며 자신의 아들을 아프리칸이라고 표현한 언론에게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고 들었다.

워드의 어머니의 관점을 두고 뭐라고 지적질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상한 인종관을 가진 분은 아닐까. 이상한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아들의 피에 흐르는 흑인의 혈통은 부정하고 싶은 바람이 있는 것인지.

미국에 가본적 없는 내가 무지한 것일까.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말은 괜찮고, 아프리칸이라는 호칭은 서운하게 여기는 것이 정상적인건가. 그가 한국풍토라며 말했던 내용은 미국의 풍토라고 해도 똑같지 않은가.

내 이모님 중 한분도 미국인과 결혼하여 미국에서 살고 계시지만, 한국계 미국인들의 세상을 보는 관점은 유치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의 혼혈인 차별문제도 툭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백인이 아닌 인종과의 혼혈인 차별문제일지도 모른다. 그 기저에는 백인에 대한 비굴한 인종주의가 스며있기도 하며, 그 기원에는 잔혹하고 비열한 백인들의 역사가 있다. (마음씨 착한 내 이모부는 남부의 백인이다.)

미식축구의 대스타에 대한 관심은 미국 밖의 사람들에게는 별 관심거리가 되어지지 않는다. 핏줄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정서상, 어쨌든 미국에서의 유명인사가 한국계라는 것은 좋은 방송거리이고, 화제가 될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 맺힌 이땅의 혼혈인들"을 기사제목으로 뽑아들기 전에 언론인들은 구린 백호주의부터 좀 씻었으면 좋겠다.

훌륭한 성공을 이룬 아들과 함께 한국에 다니러 오신다는 워드의 어머니가 혹시, "잘되지 않았어도 미리 미리 쳐다봐주는 풍토"를 원한다면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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