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16일 화요일

악몽.


대학을 졸업한 후에 군에 입대했던 나는, 부대 사벼들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았다.
그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 구나.

아무튼 그랬었는데, 군에서의 나의 임무는 뭐였냐하면 바로 야근이었다.
거의 매일 밤, 정말 매일 밤을 새우며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낮에는 낮의 업무대로 바빠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뭐하러 그렇게 일을 해주었는지 모르겠다.

게으른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것은 잘 안다.
군 복무 내내 나는 내 군화를 닦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신병 시절 소속 부서의 상관이었던 소령의 군화를 닦는 일은 해봤었다. 정작 나 자신은 제복을 다려서 입거나 전투화를 광나게 닦는 일을 질색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내 것은 다리지도 닦지도 않고 지냈다. 사실은 제복을 다리고 군화를 광내는 일이 제일 우스꽝스런 짓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그것을 보다 못한 동료들이 내 옷과 신발을 다려주고 닦아주려고 했지만 그나마 별로 오래 가지 못했다.

제대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지난 주에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흙이 잔뜩 묻은 채 오래도록 굳어서 걷는데에 무겁기까지 했던 내 전투화.
이젠 정말 신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래 신을 일이 없을 것을 기대하며 군화를 닦아 놓았다. 8년만에 닦여진 신발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일년에 한 번 두 번, 다시 군에 입대하는 악몽을 꾼다. 어떤 꿈에서는 야근을 마치고 난데없이 적군과 마주쳐 전투를 시작하는 꿈도 꿨다. 트라우마이고, 무엇보다도 끔찍한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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