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4일 화요일

파업중인 철로 위의 고양이.

고양이 한 마리가 빈 철로를 가로질러 걷고 있다. 이것은 1995년 철도노조가 파업했을 때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의 한 장면이었다. 이 사람들은 무슨 일로 파업을 하는가.

2001년에도 프랑스 철도는 파업을 했는데 요구조건은 기관사들의 임금인상과 퇴직연금 받는 기한을 앞당겨줄 것 등이었다. 같은 시기에 '대중교통수단 파업'이 동시에 진행되었었고 그 이유는 정년퇴임을 55세로 앞당겨달라는 것이었다.

노조와 파업은 원래 이런 일을 위해 있는 것이고 벌여지는 것이다. 파업이 잦은 프랑스이긴 하지만 당시 프랑스 철도노조는 '프랑스 국철'이 추진중이었던 경영개선방안이 각 부문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기관사들의 지위를 낮아지게 할 수 있다며 파업을 벌였다. 뭔가 낭만적이기까지 하지 않나.

이런 말을 이 나라에서 하면 불법파업이 된다.
보통 정당성 없는 정권과 깨끗하지 못한 기업은 파업을 불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불법노조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이 나라는 거기에 빨갱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가져다 붙이는데, 불법 노조와 불법 파업이라는 것은 없는거다.
그것을 불법이라고 말하고 싶은 집단들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나라에서 구경할 수 있는, 정상적이지 않은 기업과 정권이 만드는 어용노조와 불법 경찰폭동 Police Riot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야말로 불법인 것이고 민주주의의 반대쪽에 있는 무리들이 벌이는 짓이다. 돈을 쥐어주면 폭력을 행사해주는 용역과 다를 바 없어진 지금의 경찰과 소방관을 누가 만들고 있는가.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한다. 국민총파업이 시작되어 생활이 불편해진다고 하더라도 어제 하루 처럼 마음을 졸이며 분노를 견디는 일 보다는 몇 배 낫다.





2013년 12월 22일 일요일

개와 고양이




길에 있는 고양이와 개

개는 지난 여름에 버려졌다.
좁은 길 건너 아파트에서 어느 집이 이사를 가며 버리고 갔다.
그 날 부터 이 개는 그 집 앞을 떠나지 못하고 비 맞고 눈 맞으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면 조심 조심 받아 먹지만 다가가 쓰다듬으려 하면 으르렁 거리며 도망을 쳤다.
이제 이웃의 사람들이 모두 이 개를 알고, 밥과 물을 챙겨 주기도 하고 집도 마련해줬다.
그런데도 자기가 살았던 그 집 현관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웅크리고 잠을 잔다.

어린 고양이는 엄마가 있었다.
동네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 아내는 개가 길 위에 출현한 후 어느날, 이 개와 엄마 고양이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았다.
어린 고양이에게는 형제도 있었는데, 깨어진 유리에 몸을 찔린채 죽어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었다.
도움을 청하여 죽은 고양이를 묻어주고 깨어진 창과 유리조각을 치웠다.
추워진 후에, 개와 친하게 지내던 엄마 고양이는 언젠가 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제 밤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아내는 이 개와 어린이 고양이가 꼭 안고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근처에 사람들이 마련해준 집도 있는데, 아기 고양이를 품은채 그 집 현관 앞에서 몸을 말고 자고 있었다고 했다.
밥그릇과 물그릇은 누군가가 발로 찼는지 먼 곳에 엎어져 있었다.

겨우 개이고 고양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버리기도 하고 밥그릇을 깨버리기도 한다.
겨우 개, 고양이일 뿐이니까 그들은 의지하고 체온을 나누며 차가운 길바닥에서 겨울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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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물건들.


중고악기 장터에 십여년 전 내가 팔아버렸던 악기가 매물이 되어 올라왔다. 그동안 몇 명의 주인을 거쳤던 것인지는 몰라도, 내가 팔았던 것 보다 40만원 더 비싸졌다. 악기 뒷 편에 칠이 벗겨진 것이 그대로 보여서 그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지. 좋은 악기였지만 내가 쓸 것은 아니었다. 인연이란 대부분 그런 비슷한 것.

트위터에 타자기를 팔겠다고 누군가 글을 올렸는데… 이 놈은 군복무 시절 낮과 밤 내내 만지고 살던 그 모델이었다. 추억의 물건들을 보았다.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매정하고 더럽다.

한국은, 남한은, 이곳에 살고있는 우리는 너무 매정하고 너무 비정하다.
한 공장에서 수십명이 죽었는데.
그 회사에서 새로 나온 자동차의 광고 보다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그 사람들의 죽음.

수 년 동안 진행 중인 밀양, 강정의 일들에도 무관심하고 철도노조의 어이없는 일에도 우리들의 여론은 데면 데면.

언론이 똥과 같은 시절, 우리는 똑같이 더럽다. 연예인들의 성매매 기사들의 저의는 덮어두더라도, 매춘을 소비하고 있었을 그 놈들에게는 손가락질을 거둔지 오래. 그저 여배우들을 씹고 조롱하는 일은 재미있는가보다.

우리는 정말 매정하고 비열하고 다 함께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