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요일

대구 문화예술회관 공연


 오후 한 시가 되기 전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무대 뒤에서 의자를 찾아 가져와 앰프 앞에 앉아서 혼자 연습을 했다. 손을 풀고 리허설 시간에 연습해보기로 했던 곡들을 쳐보았다. 한 시간 연습을 하고 차에서 쉬고 있었다. 의자에 앉으면 다리는 편하지만 등과 허리는 아직 아프구나, 하면서 시트를 젖히고 누웠다.

오후 세 시에 리허설을 한 시간 하고 나서는 조금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공연 도중에 점점 아프기 시작했다. 악기 무게 때문에 두 시간이 넘을 즈음엔 내 체력이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 다시 자동차에 앉아 쉽게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 전과 다르게 너무 지치고 힘이 들어서 중간에 한 번 쉬기도 하고, 속도를 내지 못하고 달렸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끌러 정리를 하지도 못한 채로 길게 뻗어버렸다.

2024년 5월 31일 금요일

밤 운전

오후 늦게 출발하여 밤중에 대구에 도착했다. 먼 곳에서 공연할 땐 공연 전날 그 지역 숙소에서 하루를 자고 공연장으로 가는 것이 생활처럼 됐다.

도로정체는 없었고 날씨는 좋았다. 이제 신발보다 더 익숙해진 내 오래된 자동차는 편안하게 고속도로를 달려줬다. 중간부터 갑자기 저절로 에어컨이 켜져서 몇 번 끄기를 반복해야 했지만.

샌드위치와 물로 저녁을 먹고 조명 밝은 곳에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펜과 공책을 꺼냈다. 마이오라와 디플로마트 펜을 가지고 왔다. 장소는 다르지만 집에서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새벽에 알람을 맞춰두고 아이패드로 호로비츠 대표곡 리스트를 틀어둔 다음 잠이 들었다.
 

2024년 5월 27일 월요일

침을 맞았다.

다시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좁은 직사각형 천장이 렌즈의 왜곡으로 재미있게 찍혔다. 선풍기가 좌우로 움직이고 허리와 배 위엔 뜨거운 찜질기구가 놓여있으니 뭔가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침상에서 남자 노인은 여자직원에게 퉁명스런 반말을 하고 있었다. 직원은 노련하게 어르거나 꾸중도 했다. 나는 그런 노인이 혼이 나고 싶거나 타박을 받는 게 그리워서 한의원에 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이번엔 아프지 않을 때까지 치료를 하겠다고 했었는데, 너무 오래 가니까 시즌이 길어지는 시리즈물처럼 언제 끝날 지 모르게 됐다. 그래도 해봐야지. 곧 다가오는 유월엔 일정이 많다. 체력이 필요한 건 둘째이고, 우선 안 아파야한다.
 

2024년 5월 26일 일요일

일요일 아침

식당 앞에 줄을 다 서 보았다. 우리가 물정을 몰라, 문 열기 삼십분 전에 와서 근처를 배회하며 어슬렁거리다가 시간에 맞춰 돌아왔더니 오전 열 시 반에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렸다가 식당에 막 입장하고 있었다.

아내는 걱정이 되었는지, "그냥 다른 데로 갈까"라고 몇 번 물었지만 나는 센 척을 하며 괜찮다고 했다.

사십 오분이나 기다려 식당에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좀처럼 없을 일이라 굳이 기록하는 것) 그곳은 가게를 확장하고 직원들은 더 소란스럽게 하기로 결심한 듯 입 맞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음식의 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올랐다. 꼬박 일년 동안 아픈 고양이를 돌보느라 외출한 적이 없는 아내는 그래도 즐거워했다. 나도 재미있는 한 끼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좀 오래 서 있었고 조금 걸으며 돌아다닌 것 때문에 집에 돌아와 통증으로 고생을 했다. 끝까지 센 척할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