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2일 월요일
집에서
여수에서 공연
여수에서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한 시 사십 분. 네 시간 오십분 정도 운전했던 것 같다. 대여섯 시간 운전하는 것 정도는 거뜬하다는 걸 확인했다. 허리통증만 없었다면 중간에 잠깐 쉬지도 않았을 것이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 허리에 보조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운전을 시작할 때 맨살에 감고 있던 것을 벗어 셔츠 위로 다시 감았다. 벨크로 복대에 땀이 묻어 있었다. 그것이라도 하고 있던 덕분에 두 시간 십오분 공연을 잘 서서 버텼다. 공연 끝에 무대 앞으로 나가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는데 허리를 숙이다가 억, 하고 신음을 했다. 보조대 때문에 버티고 있었던 것이지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었던 거다.
악기를 챙기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을 내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들리게 하진 않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신음내기, 표정, 몸짓 등은 어떻게 보아도 남에게 보내는 신호다. 남이 알 이유는 없는거니까, 도움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주변에서 알아차리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2024년 4월 20일 토요일
비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고속도로를 다섯 시간 반 달려 여수에 도착했다.
미리 주소를 전달 받은 숙소에 가서 짐을 내려 놓고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 우유를 사 왔다. 이미 근처 음식점은 문을 닫았고, 다시 운전하여 영업 중인 식당을 찾아가는 건 무리였다.
음식을 먹은 다음 허리에 감고 있던 벨크로 보호대를 풀어 놓고 일부러 가지고 온 전기 찜질기를 등 아래에 켜 둔 채로 한 시간 쯤 누워 있었다. 아이패드로 Jerry Mulligan의 Night Lights 앨범을 들었다. 짧은 앨범이어서 그 뒤에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 플레이리스트가 이어지도록 해뒀다. 뜨끈하게 허리 찜질을 하며 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니 몇 시간 동안의 피로가 풀렸다.
다시 일어나 아래 층 커피 기계에서 종이컵에 에스프레소를 따라 들고 왔다. 오늘은 펜 파우치에 펜 세 자루를 담아서 나왔다. 조금 열어둔 창 밖으로 들어오던 빗소리가 잦아 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몇 자 적고 있으니 작년 시월에 일본에 다녀와 안양과 광주에서 공연을 했던 닷새 동안의 일이 기억 났다.
그 때에도 피로하고 힘들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통증이 심하진 않았다. 다음 날 일정을 잘 해내기 위해서 음악소리를 작게 줄여 놓고 드러누웠다. 잠이 들었다가 깨었다가를 반복했지만 허리를 따뜻하게 해두고 오래 누워서 쉴 수 있었다.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한의원
지팡이를 쥐고 위태롭게 내려오고 있는 노인을 위해 계단 아래에서 기다려 줬다. 또 다른 노인은 문 안쪽에서 자기 신발을 신느라 한참 걸렸다.
한의사와 문답으로 진료를 받고 그가 시키는 몇 개의 동작을 해 보였다. 찜질을 하고 전기자극을 십여분, 부항을 열 두개 붙여 놓고 다시 십여분. 침은 종아리와 발목에까지 스무 개 정도 꽂은 것 같다. 허리에 첫번째 침이 놓였을 때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 허벅지를 따라 무릎 아래로 옮겨 갔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줄 바게트 빵을 사가지고 왔다. 목요일과 토요일에 운전을 오래 해야 하니까, 한의원에는 내일과 금요일에도 가려고 한다. 오늘 갔던 한의원이 좋았다. 이제부터 여기에 다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