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몇 살이 되었을 때 이후로 나는 나의 생일을 특별하게 여긴 적이 없다. 사람들은 생일을 축하하고 축하 받는다. 나는 생일을 축하하는 일을 습관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전날 아내의 주장에 순응하여 오랜만에 함께 외출했다. 네팔식 카레와 난을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생일은 모르지만 처음 만났던 순간은 기억한다. 생일이라는 것이 그 정도 의미는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전날 아내의 주장에 순응하여 오랜만에 함께 외출했다. 네팔식 카레와 난을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생일은 모르지만 처음 만났던 순간은 기억한다. 생일이라는 것이 그 정도 의미는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만년필 한 개가 피스톤이 뻑뻑해져서 실리콘 그리스를 샀다. 공기 비닐에 싸여 하루만에 도착했다. 지난 달에 저것을 사려고 동네 잡화점을 돌아다녔었는데 찾지 못했다.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문제가 생긴 펜은 작년에 중고로 샀던 M200 펜으로, 거래를 하고 펜을 집에 가져와서 보니 내부 상태가 아주 나빴었다. 아마 전주인이 한 번도 세척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피스톤을 힘주어 돌려야 겨우 움직였다. 점점 더 심해져서 이번에야 말로 그리스를 발라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닙파트를 분리하고 잘 세척하여 펜을 말린 후 배럴 깊숙이 그리스를 발라줬다. 이제 원래대로 피스톤은 부드럽게 작동하게 됐다. 만년필에 바르는 그리스 양은 아주 조금만 필요한데 내가 산 것은 85그램이나 되어 너무 양이 많다. 그리스를 다 쓰기 전에 아마 변질되어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나누어 덜어주고 싶지만, 주변에 피스톤필러 방식 만년필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엿새 전에 쓰러져버렸을 땐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릴까봐 걱정했었다. 빠르게 낫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통증이 몸을 괴롭힌다. 이번엔 통증을 완전히 없앨 때까지 병원에 다녀보겠다고 작정했다. 결국 안 된다면 할 수 없지만 뭐라도 해보아야 한다.
내가 느리게 움직이고 자주 제 자리에 무릎을 굽히고 앉는 것을 보는 깜이의 얼굴에 근심이 섞여 있었다. 다가가 안고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몸을 쉽게 굽히기도, 고양이를 번쩍 안아 들기도 불편했다. 대신 느릿느릿 간식을 한 그릇 가져다 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충분히 누워 쉬었더니 저녁엔 몸을 움직이는 것이 조금 더 편해졌다. 조심조심 악기를 메고 레슨을 하러 다녀왔다.
목요일 레슨은 하는 수 없이 연기했다. 당장 움직일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등허리에 뜨거운 찜질을 하며 계속 누워 있었다. 금요일이 되자 혼자 힘으로 일어나 몇 걸음 걸을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엔 조금 수월하게 일어서고 걷는 데 문제가 없게 되었다. 꾸물대지 않고 동네 한의원에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
아직 아파서 똑바로 의자에 앉아 있기가 쉽지 않다. 4년 전에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고 병원을 전전하다가 입원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동안 관리한다고 했는데도 또 이렇게 되었다. 이번엔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치료를 받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