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7일 수요일

인상


 인상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볼 수 있는 것 같다. 신기한 일이다. 누군가의 얼굴에서 태도와 생각이 읽힌다고 생각하다가 나는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를 읽을 수 있을까 하여. 그렇게 가만히 나를 마주 보고 있다가 이내 그만 두었다. 내가 나에게 뭔가 잘 못 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오래 마주 볼 수 없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눈 코 입의 형태와 간격이 만들어 내는 모양이 서로 닮거나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다. 강하게 주장할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눈빛은 그렇다.

2024년 2월 2일 금요일

사람 사이에서


세상엔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거다.

단 한 건의 잡담조차 이어질 수 없는 대상을 만날 때도 더러 있다. 그것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상대방의 잘못도 나의 실수도 아니다.
사람의 사이에 있으면 막연한 응원, 댓가 없는 호의가 중요할 때가 많다. 베풀되 보상을 바라지 않기, 그것이 중요하다.

2024년 1월 28일 일요일

부평 공연

 

어제 토요일, 공연하는 날 새벽에 마감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타이핑 하는 기분으로 페달보드를 꺼내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달 전 제주도에 갈 때 보드에서 컴프레서 페달 한 개만 떼어 가지고 갔었다. 전기잡음 문제를 일으켰던 일렉트로 하모닉스 페달 대신에 MXR 베이스 옥타브 디럭스를 보드에 붙이고, 프리앰프와 컴프레서의 위치를 바꾸어 연결했다. 그것이 공연 무대에서 아주 잘 작동해줬다. 리허설 할 때에 이미 좋은 소리가 나고 있어서 마음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길게 고민했던 것이 아니라 하기 싫어서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새벽에 급조했던 것인데, 결과가 좋았다.

가져간 악기들의 상태도 좋았다. 사실 한 달 넘게 쓰지 않았으니 상태가 나빠질 일도 없었다. 어제 공연에선 절반 분량을 펜더 엘리트 5현으로 연주했다. Passive 모드로만 썼다.

펜더 '64 재즈는 연말에 제주도에서 돌아온 후 두어 주 동안 줄을 풀고 가습기 앞에 세워져 있었다. 평소에 정확하게 조율한 상태에서 오래 두면 넥에 무리가 생기곤 했었는데 어제는 사운드체크부터 공연을 마칠 때까지 거의 여덟 시간 동안 두었어도 멀쩡했다. 올해의 첫 공연은 이렇게 시작했다.



2024년 1월 26일 금요일

The Boxer

며칠 머리 속에서 노래가 재생되고 있었어서 Smokie를 듣고 있다가 유튜브에서 그들의 영상을 찾아 보고 있었다. 중학생 무렵엔 카세트 테이프에 접힌 채 끼워져 있던 속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스모키에서 이어져 지금도 유럽, 러시아에서 공연하고 있는 크리스 노먼의 영상을 보다가, 어떤 무대에서 그가 통기타를 가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곡이라며 The Boxer를 부르는 걸 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이먼과 가펑클의 The Boxer를 틀어보았다.

노래를 들으며 또 한 번 가사를 찾아 읽어보았다. 나는 오랜 동안 'for a pocketfull of mumbles' 라는 구절을 'for a pocket for a numbers'로 잘 못 알은채 지냈었다. 어느날 그 노래를 듣다가 이상하잖아, 라는 생각이 들어 가사를 검색해 보고 내가 엉터리로 알고 있었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그 전까지 나는 어릴 적 서점에서 샀던 '팝송책'에 나와 있던 것을 그대로 외운 채로 있었다. 그 이전에 듣고 있을 땐 몰랐다는 것이 더 창피했다.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이 그 곡에서 주인공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너무 외로왔을 때 7번가에서 호객하는 창녀들로부터 위안을 얻곤 했다는 부분을 노래하고 있었다. 나는 그 구절이 그 노래의 문학적,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해 왔다. 마지막 절에 갑자기 등장하는 권투선수 비유보다 훨씬 좋다고 지금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