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1일 목요일

손보아 고치기

 


지난 달엔 갑자기 설거지통 아래 배수관이 막혀서 급하게 수리를 해야했었다. 이번엔 화장실 양변기 줄눈 사이로 물이 새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래 쓰고 있으니 수리할 곳도 생기고 바꿔야하는 것들도 보인다. 양변기를 교체하는 김에 세면기도 바꾸기로 했다. 좋은 업체를 고르기 위해 이틀동안 찾아보고 몇 군데와 통화도 했다.
약속한 날에 와주신 기술자는 솜씨가 좋고 꼼꼼한 분이었다. 그분 덕분에 욕실이 깔끔하고 쾌적해졌다. 예상하지 못한 지출을 두 달 연속 해야 했지만, 손보고 고치며 살아야 할 것들은 생기기 마련이다.

고양이 깜이는 시공이 끝날 때까지 포장상자를 차지하고 앉아서 모든 일에 간섭을 하더니, 나중엔 기술자 분과 인사도 나누었다. 

2023년 5월 8일 월요일

꽃과 밭.

 


꼭 어버이날이어서가 아니라 연휴가 지나서 길이 덜 막힐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 부모 두 분이 머무는 시골집으로 갔다. 모친이 하고싶어 하는 고구마 밭을 일구고 모종을 사와서 고구마를 잔뜩 심었다. 일을 마치고 장갑을 벗었더니 손이 땀에 젖어 주름이 잡혔다. 곁에 옹기종기 모여 피어있는 수레국화가 예뻐서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 계속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2023년 4월 30일 일요일

대구 공연

 


비가 많이 내렸다. 멤버들과 승합차에 함께 타고 긴 시간 고속도로를 지나 대구에 도착했다. 아양아트센터에 4년만에 다시 가보았다.

아침에 일찍 출발할 때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하루 전에 미리 짐을 싸두었다. 악기도 미리 손질을 해뒀었다. 비가 와서 습도가 높았기 때문인지 잘 닦고 느슨한 것들을 조여둔 덕분인지 악기 상태가 좋았다. 새로 바꾼 안경을 늘 쓰고 있는데, 무대 위에서 어지러운 증상이 사라졌다. 불편한 것 없이 공연을 마쳤다.



밤중에는 승합차 시트에 기대어 깜깜한 창밖을 보며 Jethro Tull의 새 앨범을 들었다. 작년에 나왔던 앨범은 어딘가 조금 부족했었다. 그래서 몇 달 동안 어린 시절 좋아했던 Aqualung, Stormwatch 앨범을 자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RökFlöte는 아주 좋다. 메탈리카의 신보를 처음 들었을 때와 똑같이, 일흔 중반 나이인 음악가의 새 작품을 감사한 마음으로 듣고 있다.

사월이 지나갔다. 오월엔 밴드 일정이 없다. 유월에 약속되어 있는 공연을 위해 다음 달엔 친구들과 함께 하는 팀과 연습을 몇 번 하게 될 것이다.



2023년 4월 19일 수요일

영화와 음악.


 영화 John Wick: Chapter 4 를 보고왔다. 맨 끝 시간 표를 예매하고 극장에 가기 전 한 시간부터 물을 먹지 않았다. 모처럼 긴 영화를 볼테니까 중간에 화장실에 가야하는 일을 만들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가지고 있던 패키지 쿠폰을 사용하여 표를 샀기 때문에 팝콘과 음료수 두 잔이 함께 나왔는데 나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음료를 마시지 않았다. 나는 원래 상영관 안에서 뭘 먹지 않으니까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곁에 앉았던 아내는 주인공이 오사카를 떠나기 전에 팝콘을 모두 비우고 베를린에 도착할 때쯤 자몽에이드를 다 마셔버리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더니 내것은 얼음이 모두 녹아서 딱 먹기 좋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크레딧이 지나간 뒤에 쿠키영상이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갔다. 나는 관객이 모두 나가고 비어있는 영화관 계단에 혼자 서서 스크린을 노려보며 크레딧 자막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계셨던 직원에겐 좀 미안했다. 이 프랜차이즈와 주연배우의 팬으로서, 나는 영화를 만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영화를 보았다. 메탈리카에게 고마와하며 그들의 새앨범을 듣는 것과 닮은 감정이었다.


메탈리카의 신보 72 Seasons는 나오자마자 듣기 시작하여 매일 두 번 이상씩 듣고 있는 중이다. 아주 좋다. "감사히 잘 듣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