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2일 일요일

개와 고양이




길에 있는 고양이와 개

개는 지난 여름에 버려졌다.
좁은 길 건너 아파트에서 어느 집이 이사를 가며 버리고 갔다.
그 날 부터 이 개는 그 집 앞을 떠나지 못하고 비 맞고 눈 맞으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면 조심 조심 받아 먹지만 다가가 쓰다듬으려 하면 으르렁 거리며 도망을 쳤다.
이제 이웃의 사람들이 모두 이 개를 알고, 밥과 물을 챙겨 주기도 하고 집도 마련해줬다.
그런데도 자기가 살았던 그 집 현관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웅크리고 잠을 잔다.

어린 고양이는 엄마가 있었다.
동네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 아내는 개가 길 위에 출현한 후 어느날, 이 개와 엄마 고양이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았다.
어린 고양이에게는 형제도 있었는데, 깨어진 유리에 몸을 찔린채 죽어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었다.
도움을 청하여 죽은 고양이를 묻어주고 깨어진 창과 유리조각을 치웠다.
추워진 후에, 개와 친하게 지내던 엄마 고양이는 언젠가 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제 밤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아내는 이 개와 어린이 고양이가 꼭 안고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근처에 사람들이 마련해준 집도 있는데, 아기 고양이를 품은채 그 집 현관 앞에서 몸을 말고 자고 있었다고 했다.
밥그릇과 물그릇은 누군가가 발로 찼는지 먼 곳에 엎어져 있었다.

겨우 개이고 고양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버리기도 하고 밥그릇을 깨버리기도 한다.
겨우 개, 고양이일 뿐이니까 그들은 의지하고 체온을 나누며 차가운 길바닥에서 겨울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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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물건들.


중고악기 장터에 십여년 전 내가 팔아버렸던 악기가 매물이 되어 올라왔다. 그동안 몇 명의 주인을 거쳤던 것인지는 몰라도, 내가 팔았던 것 보다 40만원 더 비싸졌다. 악기 뒷 편에 칠이 벗겨진 것이 그대로 보여서 그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지. 좋은 악기였지만 내가 쓸 것은 아니었다. 인연이란 대부분 그런 비슷한 것.

트위터에 타자기를 팔겠다고 누군가 글을 올렸는데… 이 놈은 군복무 시절 낮과 밤 내내 만지고 살던 그 모델이었다. 추억의 물건들을 보았다.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매정하고 더럽다.

한국은, 남한은, 이곳에 살고있는 우리는 너무 매정하고 너무 비정하다.
한 공장에서 수십명이 죽었는데.
그 회사에서 새로 나온 자동차의 광고 보다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그 사람들의 죽음.

수 년 동안 진행 중인 밀양, 강정의 일들에도 무관심하고 철도노조의 어이없는 일에도 우리들의 여론은 데면 데면.

언론이 똥과 같은 시절, 우리는 똑같이 더럽다. 연예인들의 성매매 기사들의 저의는 덮어두더라도, 매춘을 소비하고 있었을 그 놈들에게는 손가락질을 거둔지 오래. 그저 여배우들을 씹고 조롱하는 일은 재미있는가보다.

우리는 정말 매정하고 비열하고 다 함께 더럽다.






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매일 밤.

잠이 들 때 마다 도중에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김없이 검은 새벽에 벌떡 일어난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던 일은 아스라이 먼 추억.
원하지 않는 습관이 되어 다음날 연주할 것을 죽 쳐보면 거의 공연 러닝타임과 비슷하게 시간이 흘러가 있다.

고양이는 굳이 곁에 다가와 악기소리를 들으며 그르릉 거리고, 그를 쓰다듬으며 문득 허리를 움직이면 내 살 같은 통증에 몸이 저린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몸과 마음에 화를 가득 담아놓았는데 그것을 녹이지도 내보내지도 못하고 있던 모양이다.

다시 잠들기 위해 불을 끄고 웅크려 잠들면 무서운 꿈이라도 꾸게 되면 좋겠다. 너무 끔찍한 꿈이어서 깨어나길 잘했다고 여길 수 있으면 오늘 하루가 조금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