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미안해하지마.


조금 힘들었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들었는데 문자메세지가 와있었다.
뒤늦게 확인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동안 내가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학생들은 모두 아르바이트를 하며 악기연습을 하고 학교공부와 음악공부를 하느라 하루가 모자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집안 형편이 특별히 어려워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조금의 사치를 부리기 위해서도 아니라, 단지 그렇게 일을 해야 하는 현실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휴일을 누리지 못하는 십대의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내가 미안해요,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 그럴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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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다 보인다, 얘.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자꾸 눈 곁에 뭔가 움직이는 것 같다.
이지가 스피커 뒤에 숨어서 눈이 마주치면 몸을 낮추고 내가 보지 않는 체를 하면 슬그머니 고개를 들며 놀고 있었다.

많이 재미있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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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9일 금요일

불조심.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동생의 집 아래층에서 작지 않은 화재가 났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아내는 낮 부터 동생 집 앞에서 함께 걱정을 하며 소화현장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동생네는 피해가 없다고 했지만, 불이 나고 비어있던 다른 집에서 숨지고 만 개가 한 마리 들려 나오기도 했다고 들었다.
위험한 일을 목격했는데도 나이 어린 조카 아이들은 의연했다. 저녁에 찾아가 만났을 때에 아이들은 장난하듯 말을 던졌지만 사실은 제일 먼저 집에 남아있던 동물과 벌레들을 걱정했다고.
정서적인 균형감은 그 녀석들 엄마인 동생의 생활에 배인 정서 덕분일 것.
여러가지로 다행.
하지만 어릴적 부터 늘 동생보다 덜떨어지고 안정된 정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 라는 녀석은 여러가지로 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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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병인지도.


학생들의 악기가 한데 모여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 악기들의 주인들이 저마다 그들의 꿈을 이루고 맨 처음 가슴 두근거렸던 느낌을 잃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는데.
지나친 자기객관화 탓인지, 그저 계절의 탓인지... 우울함이 도져서 정작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떠날 생각을 일삼는다.
갑자기 지쳤다기 보다는, 오래 전 부터 아닌척하고 스스로를 기만하며 버텨왔을지도 모르겠다.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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