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하늘 푸르다.


많이 잤다.
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더 잤다.
어제는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숨쉴 때 마다 자각하게 될 정도의 상태였다.
잘 자고 일어났더니 고양이들이 몸을 부비며 인사를 해줬다.

음향업체의 창고에 보관중이었던 악기들을 찾아왔다.
창문을 열어두고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점점 온기가 사라지고 있는 바람 냄새를 맡았다.



오후에 시간이 났다.
그리고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갈 것인가 자전거를 탈 것인가를 고민했다.
햇빛은 인자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나, 하고는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고 집을 나섰다.
엿새 만에 타보는 자전거.

가는 길에도 맞바람, 오는 길에도 맞바람이었다.
그늘진 도로에서는 추위를 느꼈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국도로 달리고 있었다. 다녀보지 않았던 길이었기도 하고 무릎에 무리를 주고 싶지 않아서 느릿 느릿 산보하듯 달렸다.
친구들과 선배들의 조언대로 기어를 가볍게 해두고 회전수를 적당히 늘리는 방법으로 요령껏 달렸다.

어느 마을에 멈춰서서 잠시 쉴 곳을 찾았다. 바람도 피하고 의자도 준비되어 있는 버스 정류장에 털썩 앉았다.
아직 여름용 옷과 신발이어서 서늘함이 많이 느껴졌다.
겨우 한 해 만에 맡아보는 가을향기인데 무척 새로왔다.
기껏 피어있던 꽃들은 강바람 들바람을 얻어 맞으며 그럭 저럭 버텨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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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조용한 강변.

조용했다.
여름에 사람들로 붐비던 강가의 길이 비어있었다.
해가 질 무렵이 아니었다면 한참 더 앉아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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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중.

공활한데 높고 구름은 많았던 가을하늘.
정색을 하고 바로 앉아서 큰 음량으로 음반을 한 장 죽 들었다. 마지막 곡이 시작될 즈음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나갈 준비를 했다.
여름에 자주 다니던 노란 담벼락이 있는 집에 들렀다.

가을에 막국수 말고 먹을 게 뭐 있나, 라는 마음가짐으로 맛있게 한 그릇을 먹었다.
여름철 내내 사람들이 가득했던 식당에 손님은 나 한 사람이었다. 아주머니는 아예 곱배기 만큼 가득 국수를 내어주셨다.
이제 먹는 양이 줄어서 이렇게 많이는 못 먹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틀렸다. 마지막 한 가락의 국수도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오늘도 지방도로를 따라서 화물차와 버스를 아슬 아슬 피하며 삼십여 킬로미터를 산책했다. 아프던 무릎은 점점 낫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팠다.

내일은 밤중에 합주연습을 마친 직후 진주로 출발할 예정이다. 토요일에는 진주에서 야외공연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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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6일 화요일

병원


지난 달에 자전거의 뒷 드레일러가 갑자기 비뚤어져서 변속을 아무리 해도 소음이 나고 있었다. 알고보니 행어가 휘어있었다. 한참 언덕 오르는 일에 무슨 사활을 건 사람처럼 지랄 열중을 하던 때 였다.
정비해주시는 분이 '도대체 얼마나 힘을 주고 타셨던 건가요'라고 했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십여년 전 이야기.
재미없고 흥미없다는 군 시절 이야기.
짐을 싣고 내리는 트럭 위에서 무거운 상자가 떨어져 그 모서리에 무릎을 맞았었다. 많이 붓고 아팠었는데 미련한 천성으로 그냥 대충 뭔가를 발라두고 낫기를 기다렸었다.
공교롭게도 그 후에 단단한 물건이라든지 쇠 같은 것에 하필 그 아픈 무릎이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며칠 후에는 금세 아물고 괜찮아져서 잊고 지냈다.

몇 년 전 부터 그 무릎이 이유없이 아팠다.
병원 가는 것을 아주 무서워한다는 핑계로 파스나 붙인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그 때 마다 그냥 넘겼었다. 조금만 운전을 오래 하거나 하면 점점 통증이 심해졌는데, 아내가 병원에 가지 않을테냐고 말할 것이 두려워 웬만하면 참았다.

부산 공연 전날, 한 두 시간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유유히 돌아와 집 앞에서 멈췄을 때에, 딱 신호가 왔다. 바르게 편 상태에서 조금만 무릎을 굽혀도 심하게 아팠다. 통증 참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건 정말 심한 통증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엄살을 보태면 걸을 수 없이 아팠다.

더운물로 찜질을 했다. 구멍난 옷을 덧대어 꿰메듯 파스를 덕지 덕지 붙였다. 그 상태로 사흘 동안 공연을 하고 왔더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발로 병원에 갔다.
이미 오래 전 부터 병원에 가자는 아내의 말을 못들은체 하며 지냈었기 때문에 칭찬도 못받고 특별히 위로도 못받는 상태이지만, 어쨌든 솔선(?)하여 병원으로...


방사선 촬영에는 (잘생긴) 뼈만 예쁘게 나왔는데, 특별한 소견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 뭔가 어려운 이야기를 잔뜩 들었지만 하여간 정상은 아닐테니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 약도 사 먹고 물리치료도 시작했다.

역시 자전거 때문일까요, 라고 여쭸더니, '무슨 선수도 아니라면서... 그 정도로 갑자기 무릎이 아프지는 않아요'라고 하셨다. 약간 찔림.
하여간 뭐든지 적당한 정도로 하는 걸 아직도 못배웠다.
겨우 몇 십년 사용했다고 잔고장이 나는 사람의 몸이라니, 내구성 빵점이다...라며 투덜거리고 있는 중이다. 아직 많이 써야하니까, 치료를 잘 받고 관리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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