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0일 일요일

중앙박물관 공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연을 했다.
넓고 탁 트인 공간이었다. 소리도 좋았다.

그곳에는 아직도 되돌려받아야 할 땅이 많이 남아있다.
그것이 너무 먼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

2010년 6월 18일 금요일

태안 공연

무대 위에 스모그를 잔뜩 뿜어놓았고 조명은 어두웠다.
습한 바닷바람이 살에 닿았다.
풀벌레 소리가 듣기 좋았던 밤이었다.


.

2010년 6월 13일 일요일

양귀비

집 앞 강가에 양귀비 꽃이 피었다며 아내가 사진을 찍어 왔다. 꽃을 보고는 잘 모르고... 잎을 보고서야 알아보는 나라는 넘은 정말이지... 답이 없다.

오래 전 화천의 어느 군 부대에서 한 여름에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날은 덥기도 무척 더웠는데,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었는지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었다. 훈련병 시절의 거의 마지막 즈음이었던가.
진흙탕을 구르고 땀에 적셔진 옷이 다시 마를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왔었다. 어찌나 시원했던지. 곁에 있던 나이 든 하사관 한 사람이, "이게 양귀비다. 이쁘냐?" 라고 물었었다. 꽃이 예쁜지를 묻는 것인지 내눈에 그 꽃이 예쁘게 보이는지를 묻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꽃이니까 예쁘겠지 뭐...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락도 없이 젖은 담배를 피웠던 것 같다.

소총에 군복, 땀냄새와 맛대가리 없는 양배추 김치, 사내들의 호르몬 과잉, 욕설과 음담들이 뒤섞인 여름날이었다. 소나기를 피하며 담배를 물고 물끄러미 바라보던 꽃 한 송이가 예뻐보이는 건 당연했다.

.

나라

공연 리허설을 마치고 담배 한 개비 입에 문 채 건물 밖에 나왔더니 태극기가 비를 맞으며 펄럭이고 있었다.
원래의 일정에서 조정되어 우연히 오늘이 되어버린 공연이었다. 새벽에 빗소리를 듣고 자다가 일어나서 상쾌해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기분좋게 집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다. 그분들이 인사차 나에게 건네는 말씀이,
"어디 응원하러 안가시고 일하러 가시나요?"

축구 경기를 응원하는 일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 이상할 것도 없는 지금의 상황이지만 뭔가 소외감마저 생겼다.

나는 내 나라가 존재만으로 사랑할만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림픽과 월드컵도 좋지만 그냥 내 나라의 풀 한 포기, 사람들과 공기의 냄새가 너무 좋아서 국가란 것이 무엇인지도 그만 잊을만큼이 되면 참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