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3일 토요일

한가위.

한가위를 즐겁게 보내라는 인사들이 오고 간다.
하지만 과연 즐거우면 뭐 얼마나 즐거울까.
이곳의 명절은 정말 뭔가 다르게 바뀌어지면 좋겠다.
명절을 싫어하는 者의 투덜투덜일 뿐이겠지만.

아직 덥지만 그래도 가을이다.
주차해뒀던 자동차에 올라탔더니 앞유리에 낙엽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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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7일 일요일

바가지.


집 근처에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가끔 먹고 싶은 것을 결정하지 못할 때에 슬쩍 동네 어귀를 어슬렁 거리다가 아무 곳에나 들어가서 한 끼를 먹을 때가 있다. 대부분 먹을만한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어서 갈 곳이 많다.
오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모험삼아 들어갔던 식당에서 보리밥을 주문했더니 큰 양푼 그릇 두 개와 바가지에 담긴 밥을 내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소품에 놀라고 키득거리면서 맛있게 먹었다.

찍어뒀던 사진을 보다가 텅 빈 바가지 두 개와 밥풀이 묻은 주걱을 보고 있으니, 우리가 먹는 비빔밥이란 아무래도 너무나 곤궁하여 먹을 것이 없었던 탓에 발명되었던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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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여치.


바가지가 등장했던 식당에서 개구리와 여치를 만났다.
언제나 밤생활, 콘크리트 건물과 건물을 자동차 페달 위에 발을 얹은채 돌아다니는 생활만 하다가 보니 개구리와 여치가 반가왔다.


내 눈에는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나는 삭막한 일상을 너무 오래 지내고 있었던 것인가 보다. 지난 번 민달팽이도, 풀잎 색으로 완벽하게 몸을 감췄던 여치도 모두 아내가 발견했다. 아내는 나보다 시력이 좋지 않은데도.
아내가 동경에서는 개구리며 벌레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서울에서도 얘네들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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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6일 토요일

괴물 고양이.


물욕이 심한, 절대로 손에 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하는 못되게 생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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