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가끔 먹고 싶은 것을 결정하지 못할 때에 슬쩍 동네 어귀를 어슬렁 거리다가 아무 곳에나 들어가서 한 끼를 먹을 때가 있다. 대부분 먹을만한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어서 갈 곳이 많다. 오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모험삼아 들어갔던 식당에서 보리밥을 주문했더니 큰 양푼 그릇 두 개와 바가지에 담긴 밥을 내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소품에 놀라고 키득거리면서 맛있게 먹었다.
찍어뒀던 사진을 보다가 텅 빈 바가지 두 개와 밥풀이 묻은 주걱을 보고 있으니, 우리가 먹는 비빔밥이란 아무래도 너무나 곤궁하여 먹을 것이 없었던 탓에 발명되었던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가지가 등장했던 식당에서 개구리와 여치를 만났다. 언제나 밤생활, 콘크리트 건물과 건물을 자동차 페달 위에 발을 얹은채 돌아다니는 생활만 하다가 보니 개구리와 여치가 반가왔다.
내 눈에는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나는 삭막한 일상을 너무 오래 지내고 있었던 것인가 보다. 지난 번 민달팽이도, 풀잎 색으로 완벽하게 몸을 감췄던 여치도 모두 아내가 발견했다. 아내는 나보다 시력이 좋지 않은데도. 아내가 동경에서는 개구리며 벌레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서울에서도 얘네들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