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8일 수요일

커피


어쨌든 동네에 커피 콩을 볶아 팔고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어째서 '어쨌든' 인가 하면, 그다지 로스팅이 훌륭하지도 않았고 원두가 특별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허술하고 엉성했다.
동네에서 커피를 팔고 있는 곳은 없기 때문에 그나마 반가운 장소가 되었다.
아침 일찍 커피집에 가서 몇 봉지의 커피를 샀다. 마루바닥에 커피 콩 자루들이 군데 군데 앉아서 졸고 있었다. 쌀처럼, 커피도 포대자루째로 집에 두고 퍼먹어도 되는 것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나란히 누워있었다.


추워져서 전기담요를 깔아뒀다.
그랬더니 고양이들이 제일 반가와했다.
밤중에 마루에 뭔가가 줄을 맞춰 놓여있는 것 처럼 보였다.
불을 켜봤더니 이런 모양으로 잠들어있었다.


.

음악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하지 않아야할 말인줄은 알지만, 음악을 전공한다는 것은 그저 여러가지 중의 한 가지 길일 뿐이다. 지름길도 아니고 유일한 출구도 아닌 것인데 그것에 목숨을 건 것 처럼 여긴다. 실제로는 대부분 인생의 아무 것도 걸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은 계속 자기 암시만 하고 있다. '나는 뭔가를 하고 있다'라고 하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해야만 소설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미술대학을 거쳐야만 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열정이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아무 것도 될 수 없다.
실용음악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입시 과목을 놓고 그것에 매진하고 있는 학생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은 정말 음악을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일테다. 무엇을 위해서 연습을 하는지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겠다고 레슨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자꾸만 염증이 난다.

그들에게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있는지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왜냐면 세상에 어떤 음악들이 있는지도 여지껏 모르기 때문이다. 음반을 구입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들을 들어보라고 종이에 가득 적어줘도 듣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보면 어디에서 그 음악들을 다운로드해야하는지 몰라서라고 말을 한다. 그런 주제에 부모에게 악기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는 것이다. 용돈을 아껴 공연을 보러 간 적도 없고, 인터넷을 뒤져 음악을 찾아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왜 학원을 수강하며 젊은 날을 보내는 것일까. 연애할 시간도 없을텐데.
왜들 그렇게 하향평준화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일까.

대학의 수시입시라는 것 때문에 또 한 주 강의를 쉬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실용음악과 (도대체 어디에 실용된다는 것인지)에 지망하며 시험을 치르러 다니고 있는데... 부디 그런 경험들이 그들의 인생에 실용적인 무엇으로나마 남아주면 좋겠다.


.

2007년 11월 27일 화요일

겨울용품


아내가 며칠간 대나무 바늘과 실을 가지고 열심히 뭔가를 하더니, 목도리와 모자를 만들어줬다.
아주 따뜻하다. 색상별로 몇 개 더 만들어달라고 할까 궁리중이다. 귀찮아할지도 모르지만, 뭐 뚝딱 만들어내던 것으로 보아 손쉽게 더 만들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