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일 화요일

쿠로의 엄마.


특별한 사정 때문에 우리에게 고양이 쿠로를 맡겨두고 매일 일하러 다니고 있는 쿠로의 엄마, Nina.

쿠로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고는 있지만 내 고양이를 다른 곳에 맡겨두고 지내는 마음이 편안할 리가 없다. 쿠로가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우리는 쿠로를 잘 먹이고 잘 놀게 하여 피둥피둥 살을 찌워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고양이가 야윈채로 돌아오면 쿠로의 엄마는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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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일 월요일

고양이 쿠로의 발.


고양이 쿠로의 복실한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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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는 편안하게 잔다.


여름을 잘 보내고 선선해지니까, 순이는 더 편안하게 누워 잔다.
잠을 깨우고 싶지 않지만 결국은 손을 내밀어 쓰다듬고 안아주게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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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없다.


공연이 끝난 후 악기들을 챙기고 있을 때에 서두르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
공연을 하기 위해서 악기들을 꺼내고 있을 때에 그렇게 하는 것 처럼 차근 차근, 느릿 느릿, 여유를 부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위에서 내 악기를 바삐 챙기지 않고 게으름을 부린다거나, 사정이 있어서 뒤늦게 무대로 뛰어가본다거나 하면 이미 다른 장비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불이 꺼지고 텅 비어있는 무대 위에 내 물건들이 여기 저기 황량하게 버려져있게 된다. 뭔가를 잃어버리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곡을 마친 후 악기를 스탠드에 세워두고 무대에서 내려오는체 하며 앰프 뒤에 잠시 서있다가,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관객들이 떠나기 시작할 때에 슬그머니 무대로 다시 나간다. 그리고 재빨리 내 짐을 꾸린다.

요즘 자주 뭔가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해서 물건을 간수하는데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악기관리용 소형 공구들을 이제 다 잃어버린 것 같다. 나는 왜 늘 뭔가를 잃어버리며 다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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