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6일 일요일

길에서 만난 고양이.


굵은 빗방울이 듬성 듬성 외국도시의 오후에 둔탁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고양이도 우리처럼 잠시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닷가 고양이들 중에는 여유로운 모래사장의 해변에서 떳떳하고 뻔뻔하게 사람들과 식사를 즐기는 고양이 조합원들이 있는가 하면 항구에서 야박하게도 분리수거해놓은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점심식사를 허탕친채 소나기를 피하러 뛰어야하는 보도블럭 위의 고양이도 있다.
검 자국 한 개 발견하기 어려운, 깨끗하고 이상한 도시의 바닥을 종종 걸음으로 가로질러가는 고양이의 몸짓에 피로가 가득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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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5일 토요일

파란 하늘.


여행지에서 눈을 떴을때에 하늘에 그려지는 풍경이 즐거웠다.
그 하늘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듯 심신이 죄여져있던 시절을 흘려보낸 직후라면, 그것이 어떤 모습이었더라도 (누구에게든) 새로왔을 것이다.
주제넘는 어떤 것도 새로 바라지 않고 분에 넘치는 어떤 것도 무리하여 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집에 두고 온 고양이 순이를 무척 보고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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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결혼식에 와주셨던 분들, 시간을 내어 인사를 전해주신 분들, 아래의 소식에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도착하니 해야 할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곳의  벽에 Tokay Gecko 도마뱀이 근사한 몸짓으로 움직이며 밤새 노래를 불렀다. 도마뱀의 목소리가 그렇게 예쁜줄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보고싶었던 고양이들을 껴안아 주고 악기의 줄을 교환하며 일을 할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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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닷가 고양이.


믿거나 말거나, 우리가 일부러 고양이들을 찾아다녔던 것도 아니었는데 저녁식사 시간에 또 한 마리의 예쁜 고양이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어처구니 없이 눈을 마주치자마자 얼른 다가와서 아내에게 볼을 부비더니 안아올려진 상태에서 계속 애교를 부렸다. 그래도 된다고 하면 가방에 담아서 데려오고 싶을 정도로 귀여움을 떨었다.
고양이는 아내에게 온갖 아양을 떨며 생선을 얻어 먹었다.
아주 작고 어린 녀석이었는데 제법 배불리 받아 먹더니 그 자리에서 얼굴과 손발을 씻기 시작했다.
천성이 교태가 가득한 고양이 언니인 것인지 한참을 몸단장을 했다.

그리고 몇 번 올려다보며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우리가 손을 흔들어주자 느릿 느릿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혹시 이 해변의 고양이 조합에서 정한 순번에 따라 매 식사시간마다 고양이들이 파견을 나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관광지의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었던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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