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4일 토요일

커피 상점.


커피 한 잔씩 마시고 걷자...라고 했더니, 호쾌한 에이미 씨가 성큼성큼 우리를 어느 커피가게로 데리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처음 맡아보는 짙고 짙은 농도의 깊은 커피향기로 폐가 가득차버리는 기분이었다. 에이미 씨는 나를 보며 '네가 좋아할 줄 알았지'라고 했다.


좁은 가게 안에는 커피콩이 가득 쌓여 있었고 커피를 사러들어온 사람들이 좁은 통로에 두 줄로 서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커피콩이 가득 쌓여 있었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에 비좁았던 것 같기도 했다.

간판을 보니100년이 된 커피 상점이었다. 그 짙은 향기는 아마도 가게 내부의 구석구석에 오래도록 배어버린 냄새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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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설날을 맞았다.


뉴욕은 음력 설날을 휴일로 지정해두고 있단다.
그것 때문이었는지 일요일이었기 때문이었는지 혼잡한 오후였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에이미 씨의 호쾌한 안내로 작은 중고 레코드점들을 마구 다녔다.

그런데 우리는 Happy Lunar New Year~!라고 하고 싶지만, 이곳에서는 Happy Chinese New Year....라고 하고 있다. 역시 그랬었다, 라고 생각했다. 불어로 동양인은 '중국인'이다.

두 세 군데의 악기점을 구경했는데 그중 한 곳은 지미 헨드릭스가 퍼즈를 구입했었다던 Manny's Music이었다. 에이미 씨는 '그게 뭐 대수라고...'라는 표정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악기점 샘애쉬에서 모퉁이를 돌아 거세고 차가운 바람에 떠밀려 길을 건너던 순간에, 눈 앞에 바비 맥퍼린 Bobby McFerine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행인들중 그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시간 후에 에이미 씨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나란히 걷던 그가 갑자기 어느 비디오대여점 앞에 서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줬다.

"응... 내가 스물 한 살 때이던가, 여기 뉴욕에 왔을때, 뭐 이쪽으로 들어가면 극장이었고 여기 이쪽은 레코딩 스튜디오였는데... 믹 재거, 키스 리차드들이 자주 들락거리곤 했었어. 뭐 가끔 앤디 워홀도 자주 봤구 말야. 아, 지금은 비디오가게이지만, 여기는 헨드릭스가 만들었던 일렉트릭 레이디 스튜디오야."
눈을 들어 보니 정말 그렇게 써있었다. 에이미 씨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었다.



2007년 2월 17일 토요일

이곳은 정말 정말 춥다.

지금 이 곳 뉴욕은 눈이 멎었고,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섭씨로 계산해보니 영하 12도 정도 되었다. 하지만 실제 느껴지는 것은 그보다 훨씬 추운듯하다. 나는 제대로 된 겨울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감기는 멎었다.

맨하탄 시내를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눈에 익은 장소들을 한 번 봐뒀다. 주요일정이 끝나는 내일 이후 부터는 그 거리들을 쏘다닐 예정이다. 그것을 위안삼아 스트레스를 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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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15일 목요일

뉴욕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겨우 짐을 풀었다.
만 이틀 동안 전혀 잠을 자지 않았던 덕분에 14시간의 비행중 계속 잠만 잘 수 있었다. 신기하게 밥먹을때만 되면 동료가 깨워주지 않아도 눈을 떴다.

지금 이곳, 뉴욕은 눈이 많이 왔고 엄청나게 춥다. 공항에서 비행기들이 너무 혼잡했어서 무려 다섯 시간 가까이 내리지 못하고 갇혀있었다. 하루를 온전히 비행과 이동으로 시간을 보냈어서, 많이 잤는데도 피로하다.

그리고 내 고양이 순이가 보고 싶다. 너무 자주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