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7일 일요일

말 좀... 좀.

예전에 나이 드신 분들은 기타를 '키타'라고 말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것을 발음할때에, 기타아-(강세가 뒤에 있다)를 기타라고 말하는 것보다 키타라고 말하는 것이 더 분명하고 쉽게 발음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것은 외국의 말을 우리식으로 말하기 편하도록 발음했을뿐이어서 키타라고 부르는 것이 기타를 지칭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어린 친구들은 기타라는 말의 철자를 알고 있을텐데도 엉뚱한 말을 사용한다.
최근 돌아다니다보면 여기저기서 쉽게 듣고 있는 말중의 하나인데, 전기기타를 '일렉'이라고 말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이 반갑지 않다.

이런 식의 줄임말이나 조어들은 아무래도 일본어투의 습관이 우리말로 다시 옮겨온 것 같다. 아무렇게나 단어를 자르고 끊어서 그냥 새로 만들어버리는 일. 그렇게 만든 짧은 단어는전문적인 말이나 은어가 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게 된다. 

일본인들이 일렉트릭 피아노, 키보드를 엘렉톤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런 말을 흉내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일본인들은 일렉트릭 베이스를 '이레베''에레베'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어는 원래 신속한 조어가 가능한 말이이므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기기타'의 '전-'쯤에 해당하는 '일렉'이라는 말만으로 '일렉트릭 기타'를 지칭한다는 것이 조악하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점점 인터넷에, 음악학원의 간판에, 아무데나 '일렉강사' '일렉레슨' 과 같은 글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게 되었다. 나는 어째서 통기타 강사를 뜻하는 '통선생', '어쿠레슨'이라는 말들이 아직 안만들어졌는지 잘 모르겠다.

2006년 9월 16일 토요일

iTunes

여러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새 iTunes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아이튠스와 아이팟은 매킨토시 사용자들만의 궁금거리가 아닌 것이 되었다. 이런 현상이 내 눈에는 아직 낯설게 보였다.

지금은 80기가의 하드디스크에 음악을 넣어두고 있다. 그 파일들은 내 아이팟에도 담겨 있다. 음악을 잘 분류하기 위해서 파일 마다 장르를 분류해 뒀다. 머리를 굴려 선택한 방법은, 재즈, Rock, 그 외의 어중간한 것들은 모두 뭉뚱그려 Pop, 우리말 가사인 곡들은 다 모아서 그냥 가요, 그리고 Classical... 이렇게 설정했다. 그렇게 해버린 바람에 메탈리카와 카디건즈가 Rock 안에 모여 지내고 있고 Scott Hederson 과 Jim Hall 이 나란히 Jazz 안에서 살고 있게 되었다.

어디에도 구겨 넣을 수 없는 음악들도 있다. Béla Fleck & the Flecktones 의 음악을 어느 장르에 넣어둬야 좋을지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2006년 9월 13일 수요일

명상 중인 고양이


동이 틀 무렵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를 향해 가다가 멈칫했다. 내 고양이 순이가 창가에 앉아 어딘가를 응시한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냥 되돌아 왔다.
한참 후에 다시 일어나 보았더니 여전히 저렇게 하고 있었다.

내가 늘 밤을 새우는 바람에 고양이도 해가 뜨면 자는 것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고양이와 나의 시간은 남들과 반대였던 것인지.

이제 내가 잠들기 위해 누우면 곁에 와서 먼저 골골거리며 잠을 잘 것이다.
나와 내 고양이는 서로에게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2006년 9월 12일 화요일

녹 슬었다.


작년 10월의 베이스 브릿지 모습이었다. 이 때에도 녹이 슬어있군, 하며 사진을 찍어 뒀었다.

내 손과 발은 일년 내내 뜨겁다. 언제나 손바닥에 열꽃이 필 정도로 뜨거워져 있어서 여름철에 운전하는 것이 위험했던 적도 있었다. 손이 뜨거우니 땀도 많이 나는 바람에 운전대에서 손이 미끄러지거나 했기 때문이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베이스 줄이 내 손 때문에 금세 못쓰게 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낮에 오랜만에 브릿지를 조정할 필요가 생겨서 브릿지의 나사를 돌려보았다. 그런데 그만 나사의 대가리 일부가 투두둑, 가루가 되어 떨어져 버렸다.


오늘 낮의 베이스 브릿지 모습이었다. 이제 그냥 빨갛다.

나는 자주 브릿지에 손뼘을 대고 연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 빈티지 스타일의 브릿지가 좋아서 녹슬지 않는다는 다른 브릿지는 쓰고 싶지 않다. 이 브릿지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빨리, 많이 녹슬어버린다는 것이다.

라이터용 휘발유로 잘 닦아서 말려두고 있다. 머지 않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 전체를 교환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