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4일 월요일

내 고양이.


내 고양이 순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사도 해야했고, 몇 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었어서 다른 곳에 잠시 맡겨둔다는 것이 벌써 보름이 다 되어간다.
오늘은 꼭 다시 데려오고 싶다.
고양이의 사진들을 열어보니, 갑자기 사람이 그리운 것처럼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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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3일 수요일

공연 후에.


잠을 못잤다.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불빛이 스며들지 않는 반지하 방인데, 그렇게 어두운데도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무리 좋지 않은 상태의 앰프였다고 해도 어제의 공연처럼 연주하기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내가 기술적으로 너무 몰라서 그랬던 것이었을까. 기분이 몹시 가라앉았다.
매일 매일 사람들 앞에서 연주해왔다. 하지만 생활을 위해서 '소리를 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공연의 질이 떨어지면 심한 자책감이 든다. 베이스만 훌륭하다면 후진 밴드란 없는 것이다.

수 년 전에 어떤 가수의 라이브 음반에 그날 아주 형편없었던 내 연주가 영구히 박제되어 판매되어버린 적이 있었다. 불에 달군 낙인이 몸에 찍힌 기분이었다. 어제 공연을 마치고 나서, 나는 비슷한 기분으로 마음이 괴로왔다.

한참만에,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 일을 그만두는 것이 좋을까 고민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어제 오후에 먹었던 김치볶음밥 이후 아무 것도 먹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스웠다. 머리속에 가득했던 고민이나 잡념도 배가 고픈게 느껴지면 잠시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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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1일 월요일

적막하다.

이사를 하기 위해 잠시 머물고 있는 방에는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텔레비젼도 라디오도 없다. 종이신문도 없다.
집에 돌아오면 고요한 정적 속에서 고양이와 마주 앉아 잡담을 하다가, 움베르토 에코의 신간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열흘 후에 또 이사를 할 생각을 하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새벽, 근처에 있는 PC방에 들렀다.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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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0일 목요일

양철통.


병주가 혼다 씨의 프로토타입 '물건'을 선물해줬다.
저 안에는 단지 전선이 두 가닥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악기와 앰프 사이에 저것을 통과시키는 것 만으로 음질이 좋아진다. 이렇게 말하면 역시 대부분 믿지 않겠지만.

지난 번 '나무인형' 해프닝의 시리즈 격으로 나는 이것을 양철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정식 상품으로 출시되면 어떤 이름이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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