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10일 목요일

정신이 없다.

정신이 없다.
군대에 있을 때에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많은 양의 일을 반은 용기로, 반은 오기로 하룻밤 사이에 다 해치웠던 적이 있었다.
결국 그 후에 나는 군인병원 신세를 지고 말았었다. 탈진이었다.

그 일은 드문 경우였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나의 체력은 항상 충분할 정도로 양호한 것 같다. 문제는 스트레스인 것 같다. 정신적인 자극이 몸의 상태를 지나치게 지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 심란한 일들이 계속 생겨나지만, 해야하고 부딪혀야 할 일들을 모메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잠이 부족하고, 내일이 이사하는 날인데, 짐을 꾸려놓지도 못했다.
밤에 연주가 끝나면 다른 장소에서 새벽까지 연습이 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더 편하게 지내보겠다는 바람도 그다지 없다. 그냥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내일은 비가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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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9일 수요일

고양이의 죽음.


나와 함께 살던 놈도 아닌데, 계속 마음이 안 좋다.
자꾸 상실감을 느끼고 떠내보내고 무엇인가 잃게 되는 일을 겪다보면 언젠가는 완전히 무감각해질 수도 있게 될까.

마음이 고요할 수 없는 봄이 오고 있다.
이틀 후에는 살고 있는 장소를 떠나서 이사를 한다.
여름, 가을을 내다보며 사람들과 연습하고 준비하는 일들이 있다. 그러는 도중에 계속 마음이 심란해지는 일들이 반복된다.

다음 달에는 또 한 번 이사를 한다. 문득 부대이동 준비를 갖춘 지휘통제실에서 야간근무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몸이야 어디에서든 눕히면 되겠지만 마음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아직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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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5일 토요일

적당히 기운을 차렸다.


언젠가 심한 일을 겪고 있을 때에, 혹은 심한 일을 겪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을 때에, 혼자 남은 공간만 생기면 내 입에서 온갖 더러운 욕설들이 나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곤 했었다.

마치 동화 속의 저주받은 주인공 처럼, 입만 열면 개구리와 뱀과 동물의 내장들이 튀어나오는 것 처럼, 혼자 운전을 하거나 방안에서 담배를 피울 때에도 욕설들이 조합되고 창작되었었다.
혼자 상소리를 퍼붓던 시절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둘 수 있었다. 욕설은 훌륭한 역할을 해주긴 하지만 역시 사람은 그의 태도에 따라 일상도 변한다. 계속 욕을 오물거리고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사람에게서 얻는 스트레스와 생활 때문에 세금을 내듯 겪어야하는 문제들이 비구름처럼 몰려와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그다지 화도 나지 않고 욕설이 입에서 나오거나 하지도 않는다. 적당히 지쳐서 흐느적거리는 것도 간혹 약이 될 수 있는 모양이다.
이제 적당히 기운을 차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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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4일 금요일

깜짝 놀란 순이.


순이 덕분에 혼자 낄낄 웃고 있을 때가 많아졌다.
이불 뒤에 숨어서 장난을 하길래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봤더니 저렇게 깜짝 놀라했다.
고양이는 정말 사랑스럽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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