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2일 월요일
친구 형.
나는 선배, 후배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더불어 나이, 인맥 등을 따지는 관습에 거부감이 심하다.
그 덕분에 나는 오랜동안 함께 연주하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의 나이를 여전히 모르고 있다.
언제나 진짜 '선배'로서의 존재감을 주는 형들의 정확한 나이도 잘 모른다. 사실은 관심이 없다.
이 형도 그런 사람. 일부러 찾아와줘서 반가왔다.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둘이 함께 저녁으로 냄비라면을 사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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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지난 주 주말, 정오 즈음에 금발의 여자와 이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내는 깁슨 레스폴들이 나란히 걸려있는 벽 앞에 서서 한참을 기타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기타를 바라보는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흐뭇하고 행복해보이는 것같았다. 아마 내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인사를 나누고 사내가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기타를 고향에 두고 왔다. 깁슨 레스폴 커스텀인데, 어릴적부터 그것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그 기타는 나와 동갑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팔뚝을 걷어 문신을 보여줬다.
그의 친구 중에는 펜더 텔레캐스터를 정교하게 문신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 잡담만 하다가, 여전히 웃음이 가득한 얼굴의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가게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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