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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6일 토요일

세종로, 사직동 길

 

몹시 더웠다. 습도가 아주 높았다. 세종로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의 온도계에는 섭씨 35도가 표시되고 있었다.

서울시가 주관한 광화문 행사를 위해 시내에 갔었다. 행사와 연주에 관한 이야기는 적어둘 것이 없다. 보기 드물게 수준이 낮은 관제행사였다. 열심히 행사를 준비하고 섭외되어 출연한 사람들만 고생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에어컨이 충분하게 틀어져 있는 대기실 테이블 위에 악기를 꺼내어 놓았다. 리허설을 할 때에도, 밤에 연주를 할 때에도 악기의 네크에서 물이 뚝뚝 흘렀다. 에어컨 바로 앞에 악기를 눕혀 잘 마르도록 해두고, 나는 경복궁 역 앞에 있는 펜가게에 구경을 하러 갔다. 올해 초에 명동 판가게에 구경하러 갔을 때에 경복궁 역 앞의 상점도 가보고 싶었는데 그땐 코로나 방역 때문에 매장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찌는 듯한' 이라는 진부한 표현이 딱 맞는 기온과 습도 속에서 오랜만에 세종로와 사직동 길을 걸어서 펜가게에 도착했다. 안에 들어가 혼자 두리번거리며 구경을 했다.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은 없었다. 나는 아무튼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너무 취향이 고정되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시 대기실로 사용하는 세종문화회관 건물로 돌아갈 때에는 이십대 시절에 다녔던 골목길을 찾아 걸었다. 길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새로 생긴 것 같기도 하여 조금 당황했다. 내가 맞게 걷고 있는지 잠시 멈추어 지도 앱을 열어 확인을 해봐야 했다.

대기실에 돌아오니 염민열의 기타와 내 베이스가 보송보송한 상태로 변해 있었다. 줄을 닦고 다시 조율한 다음 그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연주 순서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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