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5일 토요일

우연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했다. 몇 년만에 다시 가본 장소였다. 이곳은 잘 지어지고 세심하게 관리되는 극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그곳에 갔을 때에도 똑같은 느낌이었다.

예민한 일에 사로잡혀 새벽 시간을 허비하고 아침에 잠들었다가 나는 그만 알람이 울리는 것을 꺼버린 다음 잠을 더 잤다. 하마터면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할 뻔 했다. 아내는 오전에 외출했고 고양이들은 거실에서 잠들어 있었다. 이상한 일은 내가 벌떡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갑자기 방에 전등이 켜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별안간 밝은 불빛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기 때문에 낭패를 겪지 않을 수 있었는데, 왜 마침 그 순간에 불이 저절로 켜졌던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 나를 도왔다.

전날에 허리 통증이 심하여 힘들어 했었는데, 정신없이 서둘러 나와 공연장에 도착하여 리허설을 마치고 난 다음 갑자기 팔과 등에 근육경련이 일어났다. 어떤 물질이 내 몸을 돌아다니며 골탕을 먹이려는 것 같았다. 아무리 스트레칭을 해도 나아지지 않더니 대기실에 있는 낮은 의자 위에 반듯하게 누워 쉬고 난 다음에야 통증이 사그라들었다. 공연을 시작한 뒤에는 아프지 않았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었나 보다.

어제 나는 하드디스크에서 육 년 전 같은 장소에서 찍었던 사진을 꺼내어 보았다. 아이폰 7로 찍었던 사진이었는데 리허설을 준비할 때의 장면인 줄 알고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면서 사운드체크, 리허설이라는 해쉬태그를 써놓았었다. 집에 돌아와 다시 확인해보니 리허설이 아니라 공연이 끝난 후 무대를 정리하는 순간의 사진이었다. 사진 정보에 시간이 기록된 덕분에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