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일 토요일

시월

 


시월이 되었고 밤엔 춥다. 가을이 문앞에 와있다.

수요일에 시골집에 가는 길엔 벼를 모두 베어버린 텅빈 논을 보았다. 노란 빛을 띠는 들판도 보았다. 시골집 뒤뜰엔 밤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들이 수염을 깎지 않은 남자의 입처럼 헤벌레 벌어진 채로 별 뜻 없는 말을 하듯 밤알들을 뱉어 놓고 있었다.

무덥고 습했던 여름날에 나는 머지않아 더위가 끝나고 찬 바람이 불 것을 알고는 있었다. 쉰 번을 넘도록 겪어온 가을이 막 시작하려는 지금, 어쩐지 처음 당해보는 슬픔 같은 감정을 느낀다. 계절을 마주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여전히 서글픈 이유는 결국 해내지 못한 일들만 지나온 길에 줄지어 떨어져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면 이루지 못한 일들이 여기 저기 버려져 있다.

해가 지는 것을 보며 아내와 국도를 달릴 때 하늘빛이 처연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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