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3일 일요일

인천에서 공연

'홍대앞'이라고 통칭하는 서교동 부근에서 클럽데이를 만들고 지켜왔던 분들이 기획한 아시안 팝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자신들이 무엇을 왜 어떻게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일은 잘 되지 않을 리가 없다. 기획하고 운영한 분들의 수고로움이 잘 느껴졌다. 관객들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새벽에 집에 돌아왔다가, 집안 일로 다시 운전을 해야 했다. 집에 다시 돌아오니 네 시 반이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잠들 때엔 고양이 짤이가 내 팔에 기대어 자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엔 그 자리에 고양이 깜이가 같은 자세로 잠자고 있었다.
피로가 풀리지 않아 낮 시간 동안 축축 늘어졌다가, 오후 두 시에 첫 끼를 먹고 기운을 냈다.
관객이 만들어준 분위기 덕분에 공연을 잘 할 수 있었다. 무대에서 지켜본 바, 나는 아마 이십대였다고 하더라도 저런 에너지는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4년 6월 22일 토요일

군산에서 공연

 

오후 한 시에 군산 행사장 무대 앞에 도착했다. 작년에 와서 연주했던 자리여서 익숙했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날엔 친구들 팀과 함께 오후에 공연하고, 그 무대에서 밤중에 김창완밴드와 연주하기로 되어 있었다. 바닷바람에 빗물이 흩날려 얼굴에 뿌려지는 건 기분이 좋았지만 악기는 눅눅해져버렸다. 각자의 일정을 하고 한 자리에 모인 멤버들과 만나 리허설을 했다. 여섯 시에 연주를 시작했는데, 그 즈음에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그친다고 했었다. 그 예보를 믿었던 것인지 스탭들이 무대 위의 천막지붕을 치워버렸다가, 한 곡이 끝나기 전에 다시 빗방울이 떨어져서 부랴부랴 다시 천막지붕을 설치해줬다. 이미 악기는 비에 다 젖어버린 후였다. 비를 맞으며 공연했던 경험은 여러번 해보았다. 악기는 잘 말리면 된다. 시간에 잘 맞춰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

저녁 여덟시 반엔 김창완밴드 리허설을 하고, 아홉시부터 공연을 했다. 나는 조금 전 이미 연주를 했었기 때문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다른 멤버들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았다. 악기를 두 개 가져가서 팀에 따라 바꾸어 썼다. 우중공연이어서 너무 덥지 않고 기분도 좋았다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열 시 반에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출발했다. 다음 날 영종도에서 공연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찍 가서 잠을 많이 자고 싶었다. 차에 실은 악기 가방들을 열어두고 에어컨을 켠 채로 운전하면 집에 도착할 때 쯤 젖은 악기들이 다 마를 것을 알고 있었다. 경험에서 배운 것들은 유용하다. 집에 도착하여 습기가 사라진 악기들을 확인하고 차에 그대로 둔 채 집에 들어왔다.


2024년 6월 21일 금요일

헌 차, 새 차

 

2009년부터 15년 동안 운전했던 오래된 차를 마지막으로 운행하던 중에 인젝션 점검 경고등이 켜지더니 언덕을 올라갈 힘을 내지 못하는 증상이 생겼다. 긴 세월 미리 정비하고 몇 개의 부품을 새로 교체하긴 했었지만 고장은 없었다. 아마 서너 달 전이었다면 경고등 같은 것은 보이지 않도록 정비를 했을 것이다.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고 그것을 받을 날이 가까와지면서 엔진오일도 교환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었다.

새로 구입한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15년 전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붙어 있었다. 새 차를 받으면 그날부터 장거리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전에 매뉴얼을 PDF파일로 다운로드 해서 공부를 해놓았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유튜버'들은 자의적인 해석, 한정된 자기 경험 안에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 영상들을 끝까지 참고 보긴 어려웠다. 그런 것을 보고는 새로 배우기 어렵다. 제조사에서 만든 매뉴얼을 열심히 읽는 것이 제일 좋다. 15년 전에 차를 살 때엔 PDF 파일 같은 것으로 매뉴얼을 볼 수 없었다. 자동차와 함께 따라 온 매뉴얼 책을 운전할 때 가지고 다니며 읽었었다.
그 덕분에 차를 받아서 가져올 때 판매원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되었다. 어디에 어떤 기능을 작동시키는 버튼이 있는지도 이미 외우고 있어서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처음 운전해보는 하이브리드 방식이었지만, 운전해보니 원래 내 운전습관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오전에 차를 가져와서, 오래된 차와 나란히 주차해 놓고 짐을 옮겨 실었다. 애플카플레이를 연결하고 몇 가지 로그인 절차를 마치고 나서 그대로 군산으로 출발했다. 처음 경험해보는 기능들을 하나씩 써보면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2024년 6월 18일 화요일

이탈리아 방식

이 만년필을 쓴지 한 달째 되었는데, 트림 링의 도금이 닳아서 벗겨져 있는 것을 알았다.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 다 벗겨졌고 맞은 편도 마찬가지인 상태다. 처음 사본 이탈리아 펜은 처음 쓸 때부터 일관되게 웃겼다. 잔뜩 멋을 부렸는데 허술한 것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금색 칠이 완전히 지워져 허옇게 드러난 트림 링을 만져보면서 제일 웃겼던 건 이제서야 잉크가 잘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웃긴 일도 생겼다. 이 펜과 함께 상자에 담겨 따라온 그 브랜드의 잉크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하얀 곰팡이가 피어 둥둥 떠 있었다. 도금이 벗겨지고 잉크엔 곰팡이가 핀 채로 유통되었다니, 나의 이탈리아 만년필 인상은 아주 나빠졌다. 품질관리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밖에.
플라스틱 스푼으로 조심조심 곰팡이를 걷어내어 버리고, 잉크는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대신 다른 펜에는 넣지 않고 한군데에서 나온 펜에만 담아 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