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가 풀리지 않아 낮 시간 동안 축축 늘어졌다가, 오후 두 시에 첫 끼를 먹고 기운을 냈다.
관객이 만들어준 분위기 덕분에 공연을 잘 할 수 있었다. 무대에서 지켜본 바, 나는 아마 이십대였다고 하더라도 저런 에너지는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후 한 시에 군산 행사장 무대 앞에 도착했다. 작년에 와서 연주했던 자리여서 익숙했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날엔 친구들 팀과 함께 오후에 공연하고, 그 무대에서 밤중에 김창완밴드와 연주하기로 되어 있었다. 바닷바람에 빗물이 흩날려 얼굴에 뿌려지는 건 기분이 좋았지만 악기는 눅눅해져버렸다. 각자의 일정을 하고 한 자리에 모인 멤버들과 만나 리허설을 했다. 여섯 시에 연주를 시작했는데, 그 즈음에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그친다고 했었다. 그 예보를 믿었던 것인지 스탭들이 무대 위의 천막지붕을 치워버렸다가, 한 곡이 끝나기 전에 다시 빗방울이 떨어져서 부랴부랴 다시 천막지붕을 설치해줬다. 이미 악기는 비에 다 젖어버린 후였다. 비를 맞으며 공연했던 경험은 여러번 해보았다. 악기는 잘 말리면 된다. 시간에 잘 맞춰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저녁 여덟시 반엔 김창완밴드 리허설을 하고, 아홉시부터 공연을 했다. 나는 조금 전 이미 연주를 했었기 때문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다른 멤버들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았다. 악기를 두 개 가져가서 팀에 따라 바꾸어 썼다. 우중공연이어서 너무 덥지 않고 기분도 좋았다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2009년부터 15년 동안 운전했던 오래된 차를 마지막으로 운행하던 중에 인젝션 점검 경고등이 켜지더니 언덕을 올라갈 힘을 내지 못하는 증상이 생겼다. 긴 세월 미리 정비하고 몇 개의 부품을 새로 교체하긴 했었지만 고장은 없었다. 아마 서너 달 전이었다면 경고등 같은 것은 보이지 않도록 정비를 했을 것이다.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고 그것을 받을 날이 가까와지면서 엔진오일도 교환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었다.새로 구입한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15년 전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붙어 있었다. 새차를 받으면 그날부터 장거리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전에 매뉴얼을 PDF파일로 다운로드 해서 공부를 해놓았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유튜버'들은 자의적인 해석, 한정된 자기 경험 안에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 영상들을 끝까지 참고 보긴 어려웠다. 그런 것을 보고는 새로 배우기 어렵다. 제조사에서 만든 매뉴얼을 열심히 읽는 것이 제일 좋다. 15년 전에 차를 살 때엔 PDF 파일 같은 것으로 매뉴얼을 볼 수 없었다. 자동차와 함께 따라 온 매뉴얼 책을 운전할 때 가지고 다니며 읽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