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일 토요일
이천 아트홀에서 공연
반대편 길은 벌써부터 자동차들이 밀리고 있었지만 나는 겨우 오십여분 달려 이천아트홀에 도착했다.
이틀 전부터 어깨와 손가락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오늘은 가벼운 악기로 공연의 절반 이상을 연주하기로 했다. Moollon 재즈는 가볍고 넥 상태가 좋았지만 사운드체크를 할 때 4번 줄의 서스테인이 짧아져 있는 것을 느끼고 조금 당황했다. 벌써 스트링을 교환할 때가 되었다니, 그렇게 많이 썼던가.
펜더 재즈는 새 줄을 감아 놓았고 소리는 항상 좋지만 여전히 넥 상태가 고르지 않았다. 공연의 앞 부분에 부드러운 연주를 해야 할 때 사용했다. 리허설을 할 때 악기와 이펙트 페달에 신경을 쓰다가 그만 모니터 스피커의 음향 상태를 대충 확인하고 넘어가는 바람에 연주를 시작한 뒤에 애를 먹었다. 일부러 챙겨간 피크를 자동차 안에 두고 내려서 피크를 사용해야 하는 곡에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늘 하던 일인데도 잊어먹거나 무심하게 넘겨버리는 일이 꼭 있다.공연 시작 직전에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돌아본 곳에 머리가 하얗게 센 남자가 있었는데,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데에 몇 초가 걸렸다. 어릴 적 이웃하여 살았던 친구가 아내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와 있었다. 그가 공연장에 와준 덕분에 이십 오육년 만에 다시 만났다. 무척 반가왔다.
아침에
이른 아침. 곱게 갈아 개어서 약과 보조제를 섞은 음식을 아내가 손가락으로 떠먹여주고 났더니 고양이 이지가 편안한 모습으로 쉬고 있었다. 고요한 집안으로 초겨울 햇빛만 요란하게 들어오고 있었다.살며시 이름을 부르자, 고양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2023년 11월 30일 목요일
준비
두 주 전에 가까운 곳에 볼일이 있어서 자동차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데 스티어링 휠의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에 뭔가 심각한 것을 느꼈지만 잠깐 멈춰서 살펴볼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십여킬로미터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앞쪽 바퀴에 아주 큰 못이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내가 그것을 보고, "또?" 라고 말했다.
그 날엔 근처에서 우선 타이어를 땜질하고 돌아왔다. 뾰족한 것을 밟는 바람에 타이어가 납작해질 수도 있고 도로를 달리다가 화물차에서 떨어진 작은 돌 때문에 앞유리가 깨질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유난히 그런 일을 자주 겪는다. 이건 주의한다고 하여 피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내가 멍청한 것과 관계가 없다. 이번엔 목포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못을 밟았고,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새벽에 집까지 운전하여 온 모양이었다. 이건 멍청한 것과 상관이 있겠다.
이틀 전에 모친을 모시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아무래도 새 타이어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간 바람에 한 시간 넘게 기다려 타이어를 교환할 수 있었다. 쓰고 있던 타이어는 수명이 많이 남지 않아 있었다. 올 겨울에 먼 길을 다녀올 일이 많다. 겨우 타이어를 교환한 것 정도로 뭔가 준비를 많이 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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