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나와 근처 커피가게에 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이른 시간이어서 가게엔 손님이 나 한 사람이었다. 사장님은 70, 80년대 소프트 록 음악을 틀어놓았는데, 창 밖의 빗소리에 섞여 듣기 좋았다. 한 시간 쯤 지나자 가게 안이 북적일만큼 손님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나는 커피를 내 보온병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약속보다 두어 시간 일찍 오늘 연주할 인량마을 고택에 도착했다. 잠깐 비가 덜 오는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이 굵어졌다. 근처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삼십여분 선잠을 잤다.이윽고 멤버들이 모두 도착했다. 천막 위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리허설을 했다. 비가 내리는 덕분에 오늘밤 음악소리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습기 때문에 악기가 물을 머금은 것처럼 젖어버렸다.
2023년 9월 16일 토요일
영덕 인량마을에서
2023년 9월 15일 금요일
깊은 밤 영덕으로
저녁 일곱시 반에 집에서 출발했다. 보온병에 커피를 가득 담아 운전하며 조금씩 마셨다. 광주휴게소에 들러 라면을 먹고 햄과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사서 가방에 넣었다. 원주와 제천을 지나는 중에 무서울만큼 센 빗줄기를 맞으며 운전했다.
밤 열한시 반에 영덕 톨게이트를 지났다. 낮에 예약해둔 모텔을 찾아가는 중에 아내로부터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조금 전에 측정한 고양이 이지의 혈당수치를 적어보내며, 인슐린 주사 후 열 여덟시간이 지났는데 혈당이 정상적인 수치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알려줬다. 자정에 모텔에 도착하여 짧게 통화를 했다.
모텔 방에서 조명이 밝은 곳을 찾아 책상으로 삼고, 아이패드로 다스뵈이다를 보면서 쉬었다. 휴게소에서 사온 샌드위치와 집에서 가져온 커피를 먹고 가방에 챙겨온 공책과 펜을 꺼내어 글을 썼다.
일부러 하루 전날 공연하는 동네에 온 이유는 좋은 컨디션으로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한 것이었다. 운전하며 듣고 있던 음악을 아이패드로 틀어두고 침대에 드러누웠더니 갑자기 피로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만 한 시간 쯤 지나 잠을 깨었고, 동이 틀 때까지 못잤다. 아내로부터 다시 이지의 아침 혈당이 얼마나 나왔는지, 인슐린은 얼마나 주사했는지 듣고 나서 잠이 들었다.2023년 9월 9일 토요일
임진각
파주에 다녀왔다. 포크페스티벌, 7년만에 다시 가보았다. 그 해 일정과 비슷하게 다음 주엔 고택음악회에 연주하러 간다. 칠년 전엔 안동이었다. 이번엔 영덕이다.
나는 조금 일찍 출발하여 파주에서 인호형을 만나 함께 늦은 점심을 먹었다. 토요일 낮 외곽순환도로는 길이 많이 막혔다. 집에서 임진각까지 두 시간 십분이 걸렸다. 시원하게 열린 하늘엔 새 모양 연들이 날고 있었다. 탁 트인 푸른 잔디 언덕이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이곳도 만들어진지 벌써 18년이 되었다. 공원 여기 저기에 적혀있는 평화, 통일 같은 글자도 하늘과 잔디처럼 그냥 그대로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공연시간은 지연되었고, 늦은 밤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준비한 것 외에 두 곡 더 연주했다. 무대 아래로 호수가 있어서 습기가 가득했다. 악기에 물기가 맺혔다. 악기를 말리기 위해 자동차에 악기가방을 싣고 지퍼를 열어 놓았다. 돌아올 때엔 아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내비게이션 앱을 켜지 않았다가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 했다. 급히 앱을 켜서 제대로 길을 찾은 뒤엔 마이클 브렉커의 Pilgrimage 앨범을 들으며 운전했다.
2023년 9월 8일 금요일
늦여름
아직 덥지만 해가 지고 나면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습도와 기온이 조금 낮아지니까 고양이 식구들은 낮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지는 혈당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서 인슐린 주사를 한 번씩 건너뛰어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