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11일 화요일

쉬어야겠다.


오늘 많이 아팠다.
기력이 없고 몸을 제어하기 쉽지 않았다.
아팠지만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특별했던 것은 손가락이 모두 많이 부어올랐다는 것이었다.
잠을 많이 못잤다. 두어 시간 잤던가. 일어나보니 손가락이 부어있었다.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낮에 친구를 만나 연습을 하는데 부어버린 손가락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혹시 나 혼자 그렇게 느꼈던 것인가 했는데, 밤에 일을 할 때에 동료가 얘기를 해줬다. 오늘 연주가 조금 늦게 나오고 있다고.

집에 돌아와 새벽이 지나자 손가락의 붓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주먹왕이 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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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11일 토요일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


매일 연주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지금 정말로 일요일도 없이 매일 연주를 하고 있다.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올해 마지막 날까지 일정이 있다.
막상 매일 연주를 하고 있으려니, 쉬고 싶어진다.

이런 식으로 2004년이 이십여일 남았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이라면 최소한 아무도 더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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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30일 화요일

만성불면.

정상적으로 잘 수 있는 날은 며칠되지 않는다.
일년 중 몇십 일 정도가 아닐까.

선잠을 깨고 땀을 흠뻑 흘렸다.

동이 틀 무렵에 나는 몇 가지의 일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
차를 마실 수도 있었고 다시 잠들 수도 있었다. 운동복 차림으로 밖에 나가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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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19일 금요일

겨울이 온다.

카메라가 고장나버렸다.
이미지를 첨부하지 않고 블로그에 무엇을 적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매일 밤 연주하고 새벽에 귀가하고 있다. 다시 완전히 밤생활로 돌아왔다.
서울의 강북을 밤새 달렸다. 하염없이 밀려서 다닐 때가 더 많다.
생활이 서울의 북쪽으로 바뀌다보니 다리를 건너 강남쪽으로 마실을 다니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어제 저녁에는 구불구불한 도로와 암호같은 표지판들 밑으로 그림처럼 바삐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어쩐지 이것이 정말 서울의 풍경이었지, 라는 생각을 했다. 정방형이 아닌, 큼직하지 않은, 폭력처럼 규격화된 입간판들이 없는 도시가 서울이 아니었었나, 하는.
서울에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꼬물거리며 밀려다니고 밥을 먹고 웃고 울고 빼앗고 상실하며 살 수 있는지.

돈벌이를 위한 연주일 때문에 손이 굳지 않으면 좋겠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늘 연습을 하고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오히려 짐이 되어버렸다. 내 성격 탓인지 배우는 사람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더 조바심을 내며 레슨을 하는 것 같다.

새벽에 창밖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차피 존재는 외롭다.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면 금세 죽어버리는줄 알고 있다.
물건을 사고 술을 마시고 우정을 고르고 사랑을 구입하려하지만 어차피 존재란 것은 몹시 외롭다. 그것을 우선 인정하는 것이 참 어렵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 새 물건이나 술잔이나 전화하면 불려나오는 친구들이나 욕심을 채우는 것에 있지 않다.

바람이 싸늘해졌다.
겨울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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