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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4일 일요일

새벽에 고양이와

 



원주 공연에 액티브 베이스와 패시브 베이스를 모두 가져가기로 하고 미리 가방에 악기를 넣어두었다. 공연장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새벽에 갑자기 생각이 났다. 페달을 한 개만 가지고 가려 했었는데 그러면 곤란하다는 생각이었다. 베이스를 공연 도중에 바꾸려면 잠시 뮤트해주는 역할을 할 페달이 필요했다. 페달튜너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드케이스 더미 아래에 끼워 넣어뒀던 페달보드를 꺼냈다.

보드 위에 있던 것들을 떼어내고 프로비덴스 코러스와 MXR 프리앰프/드라이브, 그리고 페달튜너를 붙였다. 가장 깔끔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한참 그것을 하고 있었는데 고양이 깜이가 자다 말고 신이 나서 가까이 오더니 냉큼 가방을 깔고 누워버렸다. 쓰다듬어주고 달래어 간신히 가방 덮개를 덮고 잠그었는데, 이번에는 다시 그 위에 뛰어 올라가서 발톱을 세워 움켜쥐고 내려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 장난을 하는 꼴이 꼭 순이를 닯기도 했고 꼼이를 떠올리게도 하여 귀엽고 예뻐보였다. 그대로 두고 외면하면 모처럼 장난을 치고 싶었던 고양이가 실망할까봐 깜이의 엉덩이를 밀어보기도 하고 머리통을 움켜쥐며 실랑이를 하는 체 하면서 조금 더 놀아줬다.

아무튼 갑자기 페달보드 생각이 나지 않았다면 기껏 두 개의 악기를 들고 가서 한 개만 사용했을 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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