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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4일 화요일

이름.

2009, Kimchangwan Band
공연을 마친 후 숙소에서 멤버들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이야기 도중에 밴드 리더님의 오래된 기타가 화제에 올랐다.
그 기타는 미국에서 1990년에 만들어진 Hamer 기타였다. 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 저가모델로 만들어졌던 Hamer 기타도 있었다.

from Pinterest.com
이 기타회사는 1973년에 처음 시작하여 깁슨, 펜더와도 인연이 많다. 나름 한 시대의 정점을 찍었던 기타이기도 했다.

이야기 도중에 리더님은 계속 이 기타를 '헤이머'라고 불렀고, 나는 '해머'라고 말했다. 사진을 검색해봤다면 제대로 된 발음을 쉽게 알 수 있었을텐데 나는 이 기타의 이름을 Hammer 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충전 중이었던 아이폰을 가지러가기 귀찮아서 '아, 헤이머가 맞는건가' 하고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보고 자료를 찾아봤다.
새로 알게 된 것은 사람의 surname 인 Hamer는 '하이머' 정도로 발음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문제를 두고 미국인들의 게시판에서도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있었다. 이런 경우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면 되는지 알려주면 간단하게 궁금한 것이 풀린다. 아니나 다를까 몇 개의 게시판에서 Hamer 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여 발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심지어 기타 회사의 설립자인 Paul Hamer 를 만났을 때에 직접 물어봐서 알게 되었다는 글도 있었다.

덕분에 이 기타와 이 이름을 '하이머' 라고 부른다는 것을 배웠다. 잊어먹지 않을 것 같다.

외국의 이름을 우리말로 가져와 편하게 발음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요즘은 아무도 Fender 를 '휀다'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펜더'라고 말하면서도 그 기타의 메이커가 'Fender' 인줄을 잘 안다. 검색창에는 '펜더 기타', '펜더 재즈베이스'라고 입력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상호 소통을 할 수 있다. '펜더'는 'Fender' 와 같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이 서로 '펜더'라고 말한다고 하여 뚜쟁이를 뜻하는 'Pander' 를 연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펜더'라는 말은 우리말 속에서 자연스런 기능을 한다.

그런데 독일의 기타와 앰프 회사인 Hughes & Kettner 는 한글 웹페이지에서 거의 대부분 '휴거스 앤 케트너'라고 말하고 쓴다. 양보하여 생각한다고 해도 '휴게스'가 아니고 왜 '휴거스'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Hughes 역시 사람의 이름이기 때문에 '휴-즈' 라고 발음해줘야 한다. 딥 퍼플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보컬도 맡았던 Glenn Hughes 역시 '글렌 휴즈'라고 말해야 맞다. 영화 감독 형제인 Hughes Brothers 나 맨체스터의 록커 Gary Hughes 의 이름들도 모두 '휴즈'라고 해줘야 옳다. 한글 검색으로 '휴거스 앤 케트너'라고 입력하면 유연한 검색어를 지원하는 구글에서도 '휴즈 앤 케트너'로 바꿔서 검색해주기 어렵다. 지금 구글이 굳이 옳은 발음으로 고쳐주고 있지 않는 이유는 이미 '휴거스 앤 케트너'라고 입력하여도 한글 자료에서는 무수히 많은 Hughes & Kettner 가 찾아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휴즈 앤 케트너'라고 검색하면 검색결과가 덜 나오게 되고 있는 실정은 뭔가 우습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하다.

뛰어난 테크닉과 즉흥연주를 보여주는 베이스 연주자 Hadrien Feraud 의 이름은 '애드리안 페로'로 발음해줘야 하지만, 역시 한글 검색에서는 대부분 '헤드리안 페라우드'라고 나타나기 십상이다.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찾아보면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이름에 있는 H 를 굳이 발음하는 것 같다. 성이라도 원래대로 불러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람의 이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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