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3일 목요일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이지는 당뇨를 다 이겨내고 건강해져서,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기도 한다. 이지보다 한 살 어린 짤이는 몸이 아파졌다. 이 달에만 네번째 진료를 받으러 동물병원에 짤이를 데려갔다. 폐에 물이 찬 것을 발견하고 원인을 찾아본 결과 심장 좌심방이 두꺼워져있었다.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몇주째 이뇨제를 쓰고 약을 먹였더니 심장과 폐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대신 신장수치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 잘 먹으려고 하지 않아서 아내는 매일 이지와 짤이에게 밥을 만들어 손가락으로 입에 넣어주며 먹이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피하수액을 주사해주고 하루에 한 두번 산소방에 넣어 고양이를 쉬게 하고 있다. 이지가 당뇨를 앓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내가 이런 생활을 한 것이 벌써 일년 하고 일곱달이 넘었다.

동물병원엔 아픈 강아지들과 고양이들로 붐볐다. 환자들은 조용하다. 모두 자기의 소중한 식구를 치료하기 위해 동물병원에 온 것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내가 보기엔 그들의 동물식구보다 더 아픈 것 같다. 아픈 개에게 명령을 하거나 윽박지르는 사람, 아픈 고양이를 굳이 제 얼굴에 들어올리고 연신 '셀카'를 찍으며 돌아다니는 사람. 동물을 치료하면서 그들도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짤이는 다음 주에 한 번 더 진료를 받기위해 예약을 했다. 아내와 고양이는 차에 앉아 기다리도록 하고 약을 받기 위해 안내데스크 앞에 서있었다. 직원이, "약이 나오시면 알려주겠다"라고 말해서, 나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아직도 감기가 낫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까 나는 내 표정을 숨길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