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수요일

희망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나때문에 깨었는지 아내가 다가와서, "고양이 깜이의 밥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지 말라" 는 핀잔을 주고 돌아갔다. 고양이 이지가 당뇨식이 아닌 사료를 자꾸 먹으려고 하고있어서 아내는 항상 그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깜이가 배고프다며 보채는 바람에 잠을 깨어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고양이 밥그릇을 깜이에게 내어줬던 것이었다. 자기때문에 혼난 것인데 고양이는 모른체하며 슬그머니 사라지고 없었다.

새해 첫 대화를 고양이 밥그릇을 치우지 않은 것때문에 아내에게서 꾸중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없다. 아직도 한 달 전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틈만나면 뉴스속보를 훑어보고 있다. 재해, 인재, 참사, 무지하고 야만스런 언어를 듣고 보지 않는 일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나쁜놈들은 벌을 받고 억울한 이들이 명예를 되찾고 죄없는 사람들이 죽지않고 소수자들이 외면받지 않는 일상, 고양이 밥그릇이나 내다버리지 않은 재활용쓰레기같은 것때문에 혼나는 일상이 이어지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