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7일 월요일

설연휴


 고양이들이 오전에 볕드는 곳마다 한 마리씩 자리를 잡고 누워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주말부터 시작한 설연휴가 길다고 하더니 강변쪽 도로엔 차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나는 3주가 넘도록 감기가 낫지 않았다가 어제부터는 잔기침도 줄고 코를 푸는 일도 사라졌다. 이제부턴 독감 예방주사를 챙겨 맞아야겠다고 다짐했다.


2025년 1월 23일 목요일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이지는 당뇨를 다 이겨내고 건강해져서,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기도 한다. 이지보다 한 살 어린 짤이는 몸이 아파졌다. 이 달에만 네번째 진료를 받으러 동물병원에 짤이를 데려갔다. 폐에 물이 찬 것을 발견하고 원인을 찾아본 결과 심장 좌심방이 두꺼워져있었다.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몇주째 이뇨제를 쓰고 약을 먹였더니 심장과 폐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대신 신장수치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 잘 먹으려고 하지 않아서 아내는 매일 이지와 짤이에게 밥을 만들어 손가락으로 입에 넣어주며 먹이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피하수액을 주사해주고 하루에 한 두번 산소방에 넣어 고양이를 쉬게 하고 있다. 이지가 당뇨를 앓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내가 이런 생활을 한 것이 벌써 일년 하고 일곱달이 넘었다.

동물병원엔 아픈 강아지들과 고양이들로 붐볐다. 환자들은 조용하다. 모두 자기의 소중한 식구를 치료하기 위해 동물병원에 온 것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내가 보기엔 그들의 동물식구보다 더 아픈 것 같다. 아픈 개에게 명령을 하거나 윽박지르는 사람, 아픈 고양이를 굳이 제 얼굴에 들어올리고 연신 '셀카'를 찍으며 돌아다니는 사람. 동물을 치료하면서 그들도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짤이는 다음 주에 한 번 더 진료를 받기위해 예약을 했다. 아내와 고양이는 차에 앉아 기다리도록 하고 약을 받기 위해 안내데스크 앞에 서있었다. 직원이, "약이 나오시면 알려주겠다"라고 말해서, 나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아직도 감기가 낫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까 나는 내 표정을 숨길 수 있었을 것이다.


2025년 1월 14일 화요일

연습, 독감

 언제나 연주할 수 있는 손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 매일 쉬지 않고 연습을 한다. 지난 여름 이후 계속 하고 있다. 하루 이틀 쉰다고 하여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연습을 쉬면 금세 연주하기에 힘이 든다. 내 손가락은 원래 그렇게 생겼다. 어려서부터 손끝이 약했기 때문에 깡통음료를 따려면 동전이나 피크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베이스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매일 손가락을 단련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 여름에 허리 통증 때문에 자주 누워서 지내다보니 게을러졌었다. 손끝이 약해지고 무대 위에서 손가락이 편안하게 움직이지 않게 되어서 두어 달 동안 피크를 갖고 다녔다. 이번엔 공연이 없는 한 달을 보내면서 통증이 많이 사라졌지만, 독감에 걸려서 계속 고생하는 중이다. 기침이 심하고 계속 코를 풀며 지내고 있다.

독감 때문에 밤중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잠들기 전에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눕지만, 금세 잠들어버려서 음반 전체를 들은 적은 한번도 없다.



2025년 1월 1일 수요일

희망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나때문에 깨었는지 아내가 다가와서, "고양이 깜이의 밥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지 말라" 는 핀잔을 주고 돌아갔다. 고양이 이지가 당뇨식이 아닌 사료를 자꾸 먹으려고 하고있어서 아내는 항상 그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깜이가 배고프다며 보채는 바람에 잠을 깨어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고양이 밥그릇을 깜이에게 내어줬던 것이었다. 자기때문에 혼난 것인데 고양이는 모른체하며 슬그머니 사라지고 없었다.

새해 첫 대화를 고양이 밥그릇을 치우지 않은 것때문에 아내에게서 꾸중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없다. 아직도 한 달 전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틈만나면 뉴스속보를 훑어보고 있다. 재해, 인재, 참사, 무지하고 야만스런 언어를 듣고 보지 않는 일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나쁜놈들은 벌을 받고 억울한 이들이 명예를 되찾고 죄없는 사람들이 죽지않고 소수자들이 외면받지 않는 일상, 고양이 밥그릇이나 내다버리지 않은 재활용쓰레기같은 것때문에 혼나는 일상이 이어지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