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0일 목요일

음악 듣기

 


집안에 오디오를 둘 곳이 없어서, 그리고 어차피 음량을 크게 하여 음악을 들을 수도 없어서 스피커와 앰프를 떼어 놓은지 오래됐다. 음악을 듣는 일은 아이팟에 이어폰, 아이폰에 블루투스 이어폰, 책상 앞에서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헤드폰으로 하고 있은지 오래다.

집중하여 듣는 시간이 점점 줄더니 음악을 골라 자리를 잡고 앉는 것도 마음 먹어야 하는 일이 됐다. 문제는 책상 앞에 앉으면 자꾸 뭔가 다른 일을 함께 하게 되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라도 하게 된다. 음악만 들으며 앉아 있는 일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은 아닐텐데.

그래서 온전히 음악만 듣는 시간은 오히려 운전을 할 때다. 혼자 먼 길을 운전하는 것이 여전히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그것도 우선은 안전하게 운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알고 보면 제대로 집중하여 음악만 듣는 일을 하기가 참 어렵다.

십대 시절에 한참 음악에 빠졌을 때엔 음질도 좋지 않은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앞에 앉아서 눈을 감고 몇 시간 동안 음악만 들었었다.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것을 가지게 된 지금, 이제는 그 어린 시절만큼 몰입하여 음악을 듣지 못한다.

이 한 장의 음반 만큼은 오늘 작정하고 들어보겠다고 마음 먹고 침대에 누워 귀에 유선 이어폰을 끼웠다. 앨범을 다 듣고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 더 듣고싶은 음악들이 생각나고 졸음은 멀리 달아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