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1일 토요일

세브란스 병원.


지난 새벽에 아내를 위해 병원에 갔다가 딴지 총수가 모친상을 치르고 있는 장례식장까지 갔었다.
사실은 나 혼자 들렀다가 집에 가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종일 부친의 병간호만 하느라 심심했던 아내가 따라 왔다. 장례식장 로비에 있는 화장실에 들러 볼일만 보고, 나는 아내에게 그냥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무엇을 구실삼아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다. 나 혼자였다면 모를까, 아는 사이도 아닌 사람의 모친상에서 아내의 시선 앞에 내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아내와 벤치에 앉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알람소리를 들은 고양이 깜이가 깨워줘서 일어났다. 나는 이제 세 마리만 남은 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서둘러 다시 병원으로 갔다. 오늘 아내의 부친은 퇴원하시게 되었다. 두 번의 수술을 받았고, 며칠 사이에 많이 회복을 하셨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올 때에 차가 많이 막혔다. 토요일 오후 경기도 외곽 도로는 지독하게 막혔다. 사람들이 과연 전염병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다가, 반대로 그 전염병 때문에 일부러 자가운전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고양이들이 한참만에 다시 만나는 아내를 일제히 반겨줬다. 나는 서둘러 청소를 하고 커피를 새로 내려 놓았다.
오랜만에 식탁에 마주 앉아 늦은 점심 한끼를 먹었다.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고양이 깜이가 얼른 달려와 내 곁에 베개를 함께 베고 누웠다.

평화로운 순간은 언제나 짧다. 지금은 이 고요함을 고마와하며 한숨 자고 일어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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