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나 때문에 집에 혼자 남겨지던 날도 많았고 수술 시기를 놓쳐 위험할 뻔 한 적도 있었다. 남편 보다 고양이를 보살피는데에 정성을 쏟는 아내 덕분에 샴고양이 순이도, 다양한 사정으로 식구가 된 동생 고양이들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와하며 지내는 새 해의 첫 달.
하지만 이제 스무 살이 된 제일 큰 언니 고양이는 점점 자주 아프다.
나이 든 고양이가 한밤중에 아파하며 발작처럼 통증을 표현하는 일이 잦아졌고 혼자의 힘으로는 음식물을 먹지 못하고 있다. 아내는 곱게 물에 개어 주사기에 담은 사료와 영양제를 하루에도 열 번 이상 먹여주고 있다. 아내는 하루도 길게 잠든 적이 없는 생활을 해를 넘기며 계속 하고 있다.
나는 큰 언니 고양이가 노환으로 아프게 된 이후 그의 곁에 다가가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 부쩍 마르고 불안해 보이는 몸과, 아픔을 참는 표정의 쇠약해진 고양이의 얼굴을 보면 한 번 더 안아주고픈 마음 뿐.
저녁에 집에 오는길, 아파트 사이로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고 매정했다.
아내는 길고양이들에게 따라 준 물이 얼었다며 사료와 물병들을 챙겨 들고 나갔다.
겨울을 견디는 동네의 길고양이들이 덜 추운 곳을 잘 찾아 잠들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