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31일 토요일

고양이들과 십여년.


타이핑을 하고 있으면 키보드 위에 올라와 앉고, 펜을 들고 뭔가 쓰고 있으면 공책 위에 누워버리고, 악기를 들고 연습을 하고 있으면 무릎에 올라와 앉아야만 하겠다고 떼를 썼다. 그렇게 매일 함께 보낸지 이제 11년 째가 되었다.



허술한 나 때문에 집에 혼자 남겨지던 날도 많았고 수술 시기를 놓쳐 위험할 뻔 한 적도 있었다. 남편 보다 고양이를 보살피는데에 정성을 쏟는 아내 덕분에 샴고양이 순이도, 다양한 사정으로 식구가 된 동생 고양이들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와하며 지내는 새 해의 첫 달.

하지만 이제 스무 살이 된 제일 큰 언니 고양이는 점점 자주 아프다.
나이 든 고양이가 한밤중에 아파하며 발작처럼 통증을 표현하는 일이 잦아졌고 혼자의 힘으로는 음식물을 먹지 못하고 있다. 아내는 곱게 물에 개어 주사기에 담은 사료와 영양제를 하루에도 열 번 이상 먹여주고 있다. 아내는 하루도 길게 잠든 적이 없는 생활을 해를 넘기며 계속 하고 있다.

나는 큰 언니 고양이가 노환으로 아프게 된 이후 그의 곁에 다가가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 부쩍 마르고 불안해 보이는 몸과, 아픔을 참는 표정의 쇠약해진 고양이의 얼굴을 보면 한 번 더 안아주고픈 마음 뿐.

저녁에 집에 오는길, 아파트 사이로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고 매정했다.
아내는 길고양이들에게 따라 준 물이 얼었다며 사료와 물병들을 챙겨 들고 나갔다.

겨울을 견디는 동네의 길고양이들이 덜 추운 곳을 잘 찾아 잠들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