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2일 일요일

램프를 친구 삼은 고양이

고양이가 집안에 네 마리가 있는데, 각각 식성이 다르다.
이 녀석이 즐겨 먹는 사료는 저 넘이 안 먹고, 요놈이 너무나 좋아하는 캔 사료는 조놈에게는 그냥 못먹는 깡통일 뿐이다.
지난 밤에 아내와 대화를 하던 중, 아내가 나에게 '이지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문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곁에 있던 막내 고양이 지지배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꼬리는 물음표처럼 휜 채로 등 한 가운데의 털이 바짝 선 모습으로 눈알은 평소보다 훨씬 더 커져가지고서는, 갑자기 밥을 달라고 성화를 부리기 시작했다.
내 무리한 추정으로는 이 고양이가 아마도 자신의 이름인 '이지'와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명사인 '밥'을 동시에 듣고 의미 혹은 이미지를 파악했으며, 사람들에게 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얼렁뚱땅 그냥 넘어갈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았다.
고양이라는 것들이 막무가내인 점은 이 부분인데, 아무리 조금 전 들었던 말이 미래에 있을 기쁜 소식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설명을 해도 그런 언어는 알아듣거나 파악해주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시제에 약한 것일까나.
결국 이 녀석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다른 간식 - 이라고 해봤자 생선을 재료로 한 습식사료 - 를 잘게 잘라 내어 주었다. 그랬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뒤돌아 앉아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사람 쪽으로 하고, 신체의 모든 부분이 벽을 향한 채로 단지 두 귀만 뒤쪽으로 돌려져 있는 모양새. 아, 기가 막혔다.

조금 전에 바닥에 엎드려 뭔가를 읽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막내 고양이가 책상에 앉아 전등을 쳐다보며 뭐라 뭐라 하고 있었다. 어조는 처연하고 음성은 낮은 것으로 보아 여전히 세상 돌아가는 것은 모르면서 제 신세를 부풀려 한탄하는 것 같았다.
눈 부셨을텐데... 그보다도, 전구 주제에 고양이의 말을 들어줄 리가 없지 않은가. 바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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