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7일 토요일

양산문화예술회관 공연

 

솔직하게 말하면 올 여름이 유난히 더운 것은 아니다. 지난 여름도 못지 않게 무덥고 습했었다.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이 날은 정말 너무 덥고 습하여 힘들었다. 이 극장의 냉방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았다. 사운드체크를 할 때부터 땀을 많이 흘렸다. 나는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공연장에 도착하여 악기를 풀어놓고 근처 식당에서 늦은 첫 끼를 먹었다. 이미 셔츠가 땀에 젖어서 차 안에서 한 장, 공연할 때에 한 장씩 갈아입었다.

온몸이 땀에 절여질만큼 더웠지만 공연은 즐거웠다. 연주를 마치면서 서늘할 정도로 냉방을 하는 것보다 이 편이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점점 자동차 안에서도 에어컨을 적당히만 켜두게 되고 얼린 물보다는 상온수를 찾게 되고 있다. 거꾸로 올 여름엔 얼음이 든 커피는 자주 마시고 있다.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무지개


 공연을 하러 하루 전에 양산으로 가는 길. 충주 방면 음성군을 지날 때 눈앞에 커다란 무지개가 등장했다. 하늘은 맑고 햇빛이 밝았다. 곧이어 터널을 통과한 다음 다시 밖으로 나오자, 폭우가 쏟아졌다. 빗줄기에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검은 구름 가득한 하늘엔 멀리서 번개가 치기도 했다.

다시 산 하나를 넘으니 구름 낀 하늘 아래로 아직 젖은 적 없는 도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2024년 8월 10일 토요일

드라이빙

아무 일 없이 그냥 운전을 하고 싶어서 심야에 서울 시내를 달렸다. 한여름 도시의 새벽길엔 눅눅한 공기가 떠다녔다. 밤길 신호등 앞에 멈출 때마다 주변에는 고단한 자동차들과 축 늘어진 간판들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오월 말에 디젤 자동차를 조기에 폐차하면 보조금을 주겠다는 권고문을 받고 예정에 없었던 새 자동차를 계약한 후 나는 PDF파일을 다운로드 하여 자동차 매뉴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고, 헌 차를 보내고 새 차를 받자마자 그날 군산으로 출발해야 했다. 차량의 모든 기능을 미리 다 알고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미리 매뉴얼을 독서를 하듯 읽었다. 그 덕분에 첫날부터 새 차의 장치들을 잘 사용하며 운전할 수 있었다. 오늘 밤엔 그냥 편안히 한강과 거리를 보며 운전을 해보고 돌아왔다. 클러치를 깊이 밟고 기어를 바꾸며 운전했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하였다.

2024년 8월 5일 월요일

소음이 사라졌다.

이십여일 전에 아이맥을 수리한 후 소음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됐다. 그 사이에 차가 찌그러지는 사고를 당하여 수리를 해야 했고, 장거리 운전에 공연 등으로 분주하여 책상 앞에 오래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문득 아이맥이 조용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소음이 없어진 것은 아이맥을 분해하고 부품을 교체할 때 그 내부에 끼여있었을 먼지와 고양이 털을 제거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먼지와 고양이 털이 안에 쌓이면서 컴퓨터의 온도가 쉽게 올라갔고, 그것이 파워보드를 망가지게 했을 수도 있겠다.

수리를 마친 아이맥을 찾아와서 그날 밤에 오에스를 다시 설치했다. 삼십여년 매킨토시를 쓰면서 최신 오에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지금 쓰는 데 지장이 없으니 괜찮다. 좀 더 오래 쓸 수 있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