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9일 금요일

그의 등

비가 잠시 그친 금요일 낮에 나는 약속하지 않고 시골집에 가서 부모를 만났다. 운전하는 도중에 전화를 했더니 그 사이에 엄마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채소를 잔뜩 따고 뽑아서 신문지에 싸놓고 있었다. 노인 두 분을 태우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지팡이를 쥔 아버지의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마주앉아서 얘기한다고 해도 어차피 나 혼자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게 된지 오래다. 어쩐지 노인의 등을 바라보는 것이 몇 마디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7월 15일 월요일

덥고 습하다


 무덥고 습한 여름날이다. 동네 근처에 나갔다가 나무그늘에 세워 둔 자동차 후드 위에서 어린 사마귀를 만났다. 곧 이동해야 하지 않았다면 열심히 움직이고 있던 사마귀를 그대로 두고 보았을 것이다. 나는 사마귀를 풀숲에 내려주고 건투를 빈다, 라고 해줬다. 정말 덥고 습하다.

2024년 7월 8일 월요일

부산문화회관 공연

2년만에 다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그 땐 비가 내리고 있었고 이번엔 덥고 습한 날씨였다. 지난번엔 이미 피곤해진 상태로 공연장에 도착하여 연주하는 동안에도 힘들어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피로에 시달렸었다. 이번에는 잘 쉬고 좋은 몸 상태로 연주할 수 있었다. 음향도 훌륭했다. 아프거나 피로한 것은 개인의 사정이다. 그런데 관객을 마주하려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이 일을 하는 데 기본적인 의무인 게 맞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같은 무대에서 재작년에 몹시 힘들어했었던 것을 만회하고 싶었고, 이번엔 잘할 수 있었다.

개운한 기분으로 긴 공연을 잘 마치고 집으로 출발했다. 한 시간 쯤 달리고 있을 때에 멀리 하늘에서 번개가 잇달아 보였다. 선산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여주휴게소에 다다를 때까지 기억에 남을만한 뇌우를 경험했다. 비구름 아래에서 도망쳐 나온 후에 긴장이 풀려서 졸음이 쏟아졌다. 공연하는 동안 에너지를 다 썼는데 악천후 속 밤길을 달리느라 완전히 고갈되어버렸다. 새벽 두시 사십오분에 집에 도착했다.
공연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덜 피곤하여, 이 정도면 다가오는 김해와 양산 공연엔 하루 전날 숙소에서 묵지 않고 당일 아침에 출발하여 다녀와도 거뜬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럴 일이 아니구나. 내가 건방을 떨었던 것을 깨달았다.


2024년 7월 5일 금요일

새 자동차

새 자동차를 타고 두 주 만에 천삼백킬로미터 넘게 달렸다. 편의 기능 덕분에 여전히 낫지 않고 있는 허리 통증을 견디면서도 덜 힘들게 다녔다. 첫 운행을 하던 날 비를 맞으며 고속도로를 왕복했다. 이제 말소등록이 끝난 옛 자동차는 폭설 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운행을 시작했었다. 비와 눈을 맞으며 미끄러운 길을 다니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눈이 나빠져서 빗길 위의 차선을 바로 보지 못하게 되었다. 차선유지기능, 조향 보조 기능의 도움을 받아 보완할 수 있었다. 주말에 부산에 갈 때에도 손과 발을 적절히 쉬면서 운전할 생각이다.

허리가 아프다면서, 지난 주엔 어설프게 세차도 했다. 일상 중에 거의 하지 않는 일이다. 몇 년만에 해보는 것이어서 순서도 방법도 다 잊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