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첫째주엔 이 만년필을 샀다. ASVINE V126은 진공충전방식이고, 이 펜은 피스톤 필러여서 대문자 P가 붙은 P20이 모델명이다. (큰 의미가 없다) 유월에 샀던 두 자루의 ASVINE 펜은 품질이 좋아서 놀랐다. 한 달 동안 쓰면서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이 만년필은 이탈리아 '오마스' 펜의 복제품이다. (레오나르도 펜 중에도 비슷한 디자인이 있다)원본인 셈인 오마스 Bologna 펜은 각이 진 디자인이고 ASVINE 펜은 곡면이다. 가격 차이는 열 배가 넘는다. 물론 이탈리아 오리지널 펜이 더 좋은 펜이겠지만, 마이오라 펜 덕분에 이탈리아 만년필에 대한 내 경험은 '부잣집 자녀인데 어딘가 허술한' 느낌으로 남았다. 중국 만년필을 응원하는 기분이 든다.
2024년 7월 1일 월요일
만년필
유월 첫째주엔 이 만년필을 샀다. ASVINE V126은 진공충전방식이고, 이 펜은 피스톤 필러여서 대문자 P가 붙은 P20이 모델명이다. (큰 의미가 없다) 유월에 샀던 두 자루의 ASVINE 펜은 품질이 좋아서 놀랐다. 한 달 동안 쓰면서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이 만년필은 이탈리아 '오마스' 펜의 복제품이다. (레오나르도 펜 중에도 비슷한 디자인이 있다)원본인 셈인 오마스 Bologna 펜은 각이 진 디자인이고 ASVINE 펜은 곡면이다. 가격 차이는 열 배가 넘는다. 물론 이탈리아 오리지널 펜이 더 좋은 펜이겠지만, 마이오라 펜 덕분에 이탈리아 만년필에 대한 내 경험은 '부잣집 자녀인데 어딘가 허술한' 느낌으로 남았다. 중국 만년필을 응원하는 기분이 든다.
2024년 6월 25일 화요일
동네
스무해 넘게 살고 있는 이 작은 동네엔 '아파트'가 끝없이 지어지고 있고, 거주민과 자동차는 매일 불어난다. 오래된 한의원 건물 안에서 네모난 조각으로 보이는 동네 길엔 아픈 사람과 노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석 달 전에 나는 한 걸음 내딛는 것을 힘들어하면서 여기에 걸어왔었다. 이제 조금 나아서 걷고 오르내릴 수 있는 나는 이 동네에 한 사람 분을 추가하고 있는데, 때때로 아픈 사람이긴 하지만 아직 나이든 사람은 아닐거라고 억지를 써보았다.
2024년 6월 24일 월요일
이별
오래된 차를 폐차장으로 보내는 날이었다. 갑자기 새 자동차를 구입했던 이유는 조기폐차 권고문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자동차를 한 두 해 더 타고 다닐 생각이었었다.
약속한 시간에 주차장에 가서 차 안에 남아 있는 것들을 꺼내어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뒷유리 와이퍼에 나뭇잎이 끼어 있었다. 이 계절에 노란 잎이 어디에서 날아와 저기에 끼였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동차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타고 다니며 지내온 십오년 동안의 일들이 마음 안에 끈적하게 묻어 있었다. 차 안에서 혼자 보냈던 시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 혼자 각별하게 느꼈던 것이리라.
어떤 것이든 반드시 헤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별은 잃거나 버려지는 게 아니다. 삶 속에 그리움을 남겨주는 사소한 사건들이다.
2024년 6월 23일 일요일
인천에서 공연
'홍대앞'이라고 통칭하는 서교동 부근에서 클럽데이를 만들고 지켜왔던 분들이 기획한 아시안 팝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자신들이 무엇을 왜 어떻게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일은 잘 되지 않을 리가 없다. 기획하고 운영한 분들의 수고로움이 잘 느껴졌다. 관객들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나는 새벽에 집에 돌아왔다가, 집안 일로 다시 운전을 해야 했다. 집에 다시 돌아오니 네 시 반이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잠들 때엔 고양이 짤이가 내 팔에 기대어 자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엔 그 자리에 고양이 깜이가 같은 자세로 잠자고 있었다.
피로가 풀리지 않아 낮 시간 동안 축축 늘어졌다가, 오후 두 시에 첫 끼를 먹고 기운을 냈다.
관객이 만들어준 분위기 덕분에 공연을 잘 할 수 있었다. 무대에서 지켜본 바, 나는 아마 이십대였다고 하더라도 저런 에너지는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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