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9일 일요일
가을.
오후에 노란색이 가득한 것을 보고 잠시 걸었다.
늘 밤에 다니다보니 오후 세 시에 이렇게 많은 색들이 있었구나, 하며 좋아하였다.
바람은 서늘했고 텅 빈 작은 학교 운동장에는 낙엽이 구르며 쌓이며 놀고 있었다.
어리고 버릇없는 손자녀석이 바퀴가 덕지덕지 붙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었고, 그 뒤를 할머니가 어렵게 따라다니고 있었다.
한쪽 의자에 앉아서 노란색을 잔뜩 묻히고 있었다.
십여년 전에 한 번 가보았던 치악산 구룡사, 지리산 연곡사, 천 살이 되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다는 용문사, 오대산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숲길. 해마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드는 그곳들에 올 가을에는 정말 마음먹고 가보고 싶었다.
그대신 오후에 가을냄새를 맡으며 앉아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올 가을은 이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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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20일 월요일
2003년 9월 23일 화요일
2003년 9월 15일 월요일
책 정리.
정리하기가 어렵다.
어디론가 이사를 해야할 때마다 책들의 일부를 버려야 했다.
점점 늘어가기는 커녕 가지고 있던 책들을 없애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사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묵은 신문지를 모아서 버리는 것과는 아주 많이 다른데, 그것을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한숨 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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