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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6일 화요일

순이가 죽었다.

토요일에 지산 록페스티벌에서 연주를 했다.

하루 전이었던 금요일 새벽에 순이가 죽었다.
내 품에서 숨을 멈췄다.
고양이의 목과 다리가 평온하게 늘어졌다.

나는 무슨 억지를 부리고 싶었던 것인지, 순이를 데리고 강 건너에 있는 동물병원에 가서 응급벨을 눌렀다.
숙직중이던 수의사가 나와줬다. 수의사로부터 고양이의 죽음을 확인받았다. 순이는 이미 사후경직이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다시 집에 돌아와 순이를 자동차에 안에 놓아둔채로 샤워를 하고 면도를 했다. 그러다가 나는 내가 내 수염이 아니라 입술 위를 면도기로 긁고 있는 것을 알았다. 면도날이 오래되어 잘 들지 않았던 덕분에 입술을 도려내지 않을 수 있었다.

옷을 갖춰 입은 후 아내는 집에 남게하고 작년에 에기를 화장했던 곳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한 시간 반을 달리며 곁에 눕혀진 순이를 어루만지고 쓰다듬었다. 나는 아마 계속 고양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 도착하니 거의 다섯시가 다 되었다.
화장터의 직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순이의 몸을 쓰다듬으며 붙들고 있었다. 내가 껴안았던 바람에 그대로 굳어버린 고양이의 다리를 힘주어 펴서 편안하게 보이는 자세를 만들어줘야 했다.

아침이 되어 고양이 순이가 담긴 단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루의 색이 순이의 털빛과 닮았어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가벼웠다.

나는 청소를 하고 순이가 그동안 사용했던 수건들을 걷어 세탁기 앞에 쌓아뒀다. 전날 순이에게 미처 다 먹이지 못했던 물에 불려놓은 사료를 들고 멍청하게 서있기도 했다.
오후가 다 되도록 구석 구석 닦았다.

평소대로라면 고양이들은 전부 낮잠을 자고있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고양이 꼼은 나처럼 잠을 못 자고 있었다. 꼼은 순이가 있었던 집안의 구석 마다 옮겨다니며 순이를 찾기도 하고,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올려다보며 소리내어 말을 하기도 했다. 청소기의 소음에도 도망치지 않았고, 나중에는 내가 움직이는대로 함께 따라다녔다. 그러더니 결국 순이와 나란히 잠을 자던 자리로 가서는 순이가 있었던 공간을 비워두고 그 가장자리에 누워 혼자 잠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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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지산에서의 연주를 잘 마쳤다.
눈이 충혈되고 아팠어서 옅은 색안경을 쓰고 연주를 했다.
작년에 에기가 떠났을 때에도 바로 그 다음날에 성남에서 공연을 해야했었다.
나는 연주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에도 나는 여전히 잠을 잘 수 없었다. 거의 뜬 눈으로 다시 아침을 맞았다.

집안이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금요일 이후 집안이 너무 조용하다.
덥고 습했던 며칠이 지나더니 저녁에는 열어둔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나는 창문앞에서 밤중이 될 때 까지 한참을, 보고싶어하며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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