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자동차의 앞, 뒷 문은 반듯하게 수리 되었다.
오늘은 하늘이 높고, 무척 더웠다.
금요일, 다음날 공연을 위해 김해로 출발하기 위해 자동차에 악기를 싣고, 몇 미터 움직이다가 앞유리에 붙은 종이쪽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하필 거센 소나기가 내리는 중이었다. 빗물에 젖어 찢어지고 있던 종이에 주차해둔 내 차를 들이받은 사람이 적어 놓은 전화번호가 있었다.가해자와 통화하고, 그쪽 보험회사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동네 정비공업소에 들러 예약을 하고, 장거리 운전을 위해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웠다. 한 달만에 주차해둔 차 문이 찌그러지는 사고를 당하니 많이 우울했다. 김해로 가는 동안 아무래도 심란했었는지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고 운전했다.
김민기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오늘 알려졌고 별세한 건 어제 밤이었다고 전한다. 알고 지냈던 사이도 아닌데 많은 감정이 일었다. 그는 중환자실이 아니라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가 임종한 것으로 들었다. 나는 그분의 장례와 묘역이 누구보다도 성대하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고인은 아마 적당한 추도식 마저도 질색하셨을 분이었을 것이다.
오늘은 내 고양이 순이의 8주기였다. 팔년은 긴 세월인데 벌써 지나가버렸다. 팔년이나 되었는데도 나는 순이의 사진을 일부러 꺼내어 보거나 하진 못한다. 고양이는 오래 전에 떠났는데 내 기억 어딘가에 벌어져 있는 상처는 여전히 다물어지지 않았다. 세월이 아물게 해주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부질없는 마음이 여태 남아있다.
김민기 선생은 아마 아무런 원망도 묵은 분노같은 것도 없이 돌아가셨을 것이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고인이 편안히 영면하시길 빈다. 이제 나는 해마다 같은 날에 고양이 순이와 김민기 씨를 기리게 되었다.
수요일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아이맥이 켜지지 않았다. 한눈에 뭔가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알았다. 스위치를 누르면 몇 번 켜지다가 다시 꺼져버렸다.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봤다. 결국엔 아무리 파워버튼을 눌러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아닌게 틀림없었다.
수리하는 곳을 검색하여 부랴부랴 찾아가 컴퓨터를 맡겼다. 오늘 저녁에 수리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왔다. 문제가 생겼던 파워보드를 교체했다. 수리비는 현금으로 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자꾸 생긴다.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맡길 때 그곳 사람들이 나에게 로그인 비밀번호를 요구했었다. 로직보드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알려주지 않았고, 파워교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냥 새 맥을 살 생각이라고 했다. 아이맥의 보드엔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알 수 있는 진단 LED가 있다. 굳이 남의 컴퓨터에 로그인하여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비밀번호를 적어놓고 가라고 말하는 태도를 보니 어떤 사람들은 고분고분 시키는대로 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떼어냈던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붙도록 이삼일 종이 테이프는 더 붙여두기로 하고, 책상을 정리한 후 오에스를 새로 설치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 아이맥이 더 일을 해주면 좋겠다.